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8-10-15 14: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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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관리 감독을 받는 한국공정경쟁연합회가 공정위와 기업의 유착 창구로 의심받는 가운데 대기업과 대형 로펌으로부터 회사 1곳당 수천만 원 규모의 회비를 받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15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에서 받은 ‘공정경쟁연합회 회원사 2017년 연 회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정경쟁연합회는 2017년 회원사 254곳으로부터 회비 8억850만 원을 받았다.
▲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연 회비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그룹이 7천만 원 정도를 냈다. 계열사별로 보면 삼성전자가 1300만 원을 냈고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가 700만 원을 각각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보면 현대자동차가 100만 원을 납부했고 현대모비스 700만 원, 현대제철·현대카드·현대건설이 500만 원을 각각 냈다.
범현대가 회사들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700만 원, 현대오일뱅크는 500만 원, HDC현대산업개발은 500만 원을 납부했다.
SK그룹은 6천만 원, 롯데그룹은 5천만 원 정도를 냈다.
대형 로펌 12곳도 2천만 원 정도를 냈다. 세부 내역을 보면 김앤장이 500만 원을 냈고 태평양·광장·세종·화우가 200만 원을 각각 납부했다.
공정경쟁연합회는 1994년 세워진 민간단체로 공정거래제도 교육과 연수, 공정거래 자율 준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참여연대가 3월에 내놓은 공정위 임직원들의 참여 외부교육 현황을 보면 공정위 임직원이 최근 5년 동안 공정경쟁연합회의 교육과 강연 프로그램에 강연자나 교육생으로 375번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만 봐도 공정위 직원이 외부기관의 교육과 강연에 참석한 사례 107건 가운데 공정경쟁연합회와 관련된 사례가 94건(88%)에 이르렀다.
공정위 현직 직원이 전직 직원 출신인 로펌 전문위원과 대기업 관계자 등과 함께 같은 조에서 교육받은 사실이 2017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공정경쟁연합회 회장들도 2007년 이후 최정열 현 회장에 이르기까지 공정위 출신들로 계속 선임돼 왔다. 공정위 퇴직 간부에게 일자리를 줄 것을 기업에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도 2013년 공정경쟁연합회 회장을 맡았다.
김병욱 의원이 확보한 공정위 임직원의 재취업 비리와 관련된 검찰 공소장을 보면 현재 문제되고 있는 공정위 퇴직자의 재취업 알선 행위도 공정경쟁연합회 회의실에서 대기업 부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뤄졌다.
김 의원은 “공정위가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공정경쟁연합회를 이용해 재취업 알선 등 여러 부당한 카르텔을 맺고 있다”며 “기업이나 로펌이 수천만 원의 회비를 자발적으로 낸 것이 아니라 공정위를 무서워하거나 공정위와 관계를 유지하려 냈다면 상납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