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끊어진 철도를 잇는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대제철은 기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철도레일을 생산하는데 북한 철도가 개발되면 수요가 2배로 뛸 수도 있다. 
 
현대제철, 남북 철도연결사업 구체화에 기대 갈수록 부풀어

▲ 우유철 현대제철 대표이사 부회장.


3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서해선 철도를 잇는 공사를 올해 안에 시작하기로 하면서 현대제철이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정부는 남북 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회를 열고 10월 철도 연결을 위한 현지조사에 착수한다. 

북한 노동신문은 9월29일 “평양 공동선언에는 머지않아 현실로 펼쳐질 우리 모두의 꿈이 담겼다”며 “이를 충실히 이행해 남북관계의 전진을 더욱 가속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남북은 4·27 판문점 선언 이후부터 철도 연결을 위한 사전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6월 철도협력분과회담에서 공동 점검과 조사 등에 합의했고 7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동해선 철도 연결구간과 경의선 연결구간을 공동으로 점검했다.

국토교통부는 강릉~제진 구간(104.6㎞)에 2조3490억 원, 문산~개성 남측 구간 도로(11.8㎞)에 5179억 원 등 2조8669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국내 유일의 철도레일 생산업체다 보니 남북 철도사업이 진행되면 크게 수혜를 입을 기업으로 손꼽힌다.

현재 남한의 연간 레일 수요는 10만 톤 안팎이다. 이 가운데 6~7만톤을 현대제철이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수입된다. 현대제철이 이를 통해 내는 매출은 연간 750억 원 정도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지만 수익성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를 찾기가 어려워 성장이 정체돼 있었는데 남북 철도 연결사업이 기회가 될 수 있다. 현대제철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최근 철도레일 생산설비 증설을 검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동해선·경의선의 철도 연결사업이 착수되면 연간 레일 수요는 10만 톤이 증가할 것”이라며 “통상 철도 1km당 레일(궤조)이 100톤 쓰이는데 북한 철도 노선을 전면 개조수하고 복선화하려면 장기적으로 10년에 걸쳐 100만 톤의 레일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철도를 건설할 때 궤도에 쓰이는 봉형강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동해안 철도사업에 필요한 철강재 3만9천 톤 가운데 궤도에 필요한 봉형강은 2만5천 톤으로 추정된다.

현대제철은 국내 최대의 봉형강 사업자인 만큼 봉형강 수요 확대는 실적 개선과 직결될 수 있다. 현대제철은 국내 봉형강시장에서 최근 지배력이 낮아지고는 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여전히 점유율 33%를 차지하고 있다. 

정하늘 이베스트 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반도 통합 철도망 건설이 현실화되면 현대제철은 봉형강의 판가에 따라 연간 영업이익이 9.4%~ 31.7%가량 뛸 것”이라며 “2017년 영업이익이 1조3676억 원인데 2020년 영업이익은 2조 원을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유엔의 대북 제재는 아직 난관으로 남아있다.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남북 철도에서 남측 구간의 연결공사는 가능하지만 북측 구간은 작업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의선은 2004년 연결돼 문산~개성 사이 화물열차가 운행되기도 했지만 대북 제재로 북측 구간의 현대화 작업이 진행되지 않아 경제적 효과를 보지 못했다. 

남북은 당초 8월에 경의선 철도의 북측 구간을 공동으로 조사하려고 했으나 유엔사가 군사분계선 통행을 불허해 무산되기도 했다. 정부는 9월 한국과 미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유엔사가 이번에는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철도 착공식 등을 놓고 유엔사와 계속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며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등에서 (대북정책의) 큰 줄기와 가닥이 잡혔기 때문에 실무적 협상도 원활히 추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