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놓고 '묘한 한수'를 내놓았다. 여론조사로 총리 인준을 결정하자는 것이다.
문 대표는 성사 가능성과 무관하게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 흠결이 많아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여당을 궁지에 모는 데 효과를 거두고 있다.
|
|
|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
새누리당은 당장 반민주적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총리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많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3일 이완구 총리 후보자 인준과 관련해 "만약 우리 주장(사퇴)을 정치공세로 여긴다면 중립적이고 공신력있는 여론조사 기관에 여야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하기를 청와대와 여당에 제안한다"며 "우리당은 그 결과에 승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자를 반대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당의 입장이 매우 곤혹스럽다"며 "우리 당은 번번이 국정의 발목을 잡는 것 같은 그런 모양을 원하지 않지만 국민은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는 품격있는 총리를 원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 이 후보자는 종전의 총리 후보자들보다 결격사유가 더 많을 뿐 아니라 총리에 걸맞은 국격을 갖추고 있지 않다"며 "국회 본회의가 16일로 연기된 것은 이 후보자가 스스로 결단할 수 있는 시간을 준 것으로 대통령에게 누를 덜 끼치는 길을 찾길 바란다"고 자진사퇴를 요청했다.
문 대표는 청와대를 겨냥한 공세도 펼쳤다. 그는 "이미 두 번의 실패가 있었으면 이번만큼은 제대로 검증했어야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검증했는지, 검증을 하긴 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정책위의장단 연석회의에서 "야당 대표가 하루 만에 이렇게 말씀을 바꾼 데 대해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16일 반드시 표결처리하겠다"고 말했다.
|
|
|
▲ 이완구 총리 후보자 |
권은희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청문절차를 마치고 표결하는 것은 국회의 임무이며 민주주의 그 자체"라며 "국무총리를 여론조사로 심판하자는 것은 삼권분립을 흔드는 반민주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 따르면 10~12일 동안 전국 만 19세 이상 603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10명 가운데 이 후보자가 신임 총리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41%를 차지했다. 응답자 가운데 적합하다는 의견은 29%에 그쳤다. 의견을 유보한 응답자도 30%나 됐다.
이 후보자가 지명된 직후인 지난 1월23일 실시된 조사결과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20%에 그쳤으나 인사청문회 실시 뒤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임의걸기(RDD) 표본 프레임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를 통해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우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