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하나은행 부행장이 하나은행 은행장으로 선임됐다.
김 행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지연으로 어수선해진 하나은행의 분위기를 추슬르면서 두 은행의 통합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행장은 김한조 외환은행장과 통합은행장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 김병호, 직무대행에서 은행장에 올라
하나금융지주는 9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은행장 후보 2명을 대상으로 면접한 뒤 김 행장을 최종후보로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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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호 신임 하나은행장 |
하나은행은 그뒤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어 김 행장을 은행장으로 선출했다. 김 행장의 임기는 2년이다.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정광선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 외에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김 행장이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에서 다양한 부문을 맡아 일하면서 국내영업과 글로벌부문에 모두 경험이 풍부해 은행장으로 뽑았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1961년생으로 다른 은행장들보다 상대적으로 젊다. 그는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 경영학과 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그는 1987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다.
김 행장은 한국투자금융이 1991년 하나은행이 된 뒤 뉴욕지점을 거쳐 하나금융 설립기획단 팀장과 재무담당 부사장으로 일했다. 그뒤 하나은행 경영관리, 기업영업, 마케팅그룹 총괄부행장을 역임했다.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이 지난해 11월 물러난 뒤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행장은 직무대행을 맡은 동안 하나은행의 회의와 보고 등 경영체계를 효율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듣는다”며 “직무대행 체제인 데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끈 공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6일 김 행장 외에도 함영주 충청사업본부 담당 부행장과 황종섭 영남사업본부 담당 부행장을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로 선출했다. 그러나 함 부행장이 자진사퇴하면서 2명이 면접을 치른 끝에 김 행장이 선임됐다.
◆ 김병호가 키 잡은 하나은행의 항로는
김 행장은 취임 후 하나은행의 조직을 안정화하는 일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빨리 합병한다는 계획에 따라 은행장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 4일 두 은행의 합병절차를 중단하라는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들이자 업무공백을 고려해 김 행장을 급하게 선출했다.
김 행장은 앞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병을 다시 준비할 때 영업점 통폐합과 인력 구조조정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두 은행 직원들의 근로조건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야 하는 것도 잠재적인 불안요인이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하나은행과 같은 직급일 경우 급여가 2천만 원 정도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김병호 행장이 이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하나은행 조직을 안정화할 경우 차기 통합은행장 후보로 떠올라 김한조 외환은행장과 경쟁구도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병호 행장이 하나은행을 안정화한다면 차기 통합은행장 후보로 충분히 꼽힐 수 있을 것”이라며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통합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입지가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