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강도 높은 수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임 시절 사법부가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이어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국회, 언론, 법무부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 로비를 펼쳤다는 증거 문건이 공개되면서 사법부를 향한 불신과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오늘Who] 양승태 '재판독립' 소신은 말 뿐이고 '재판거래'만 잔뜩

양승태 전 대법원장.


양 전 대법원장은 두달째 침묵하며 칩거 중인데 그를 철저하게 수사해 사법부 적폐청산의 신호탄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이 일선 판사들이 아니라 양 전 대법원장을 수사의 최종 목적지로 두고 정밀한 수사를 펼쳐야 한다”며 “이번 수사가 근본적 사법부 개혁의 동기로 작용할 것이고 사법부 독립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금석이 되기 때문에 명백히 수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을 가야 하느냐’는 물음에 박 의원은 “특검 안 갈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재판 의혹이 커지는데도 양 전 대법원장 수사만큼은 법원에서 압수수색을 불허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수사를 촉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6월1일 집 앞에서 기자들을 불러 모아놓고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한 적이 없으며 하물며 재판을 놓고 거래를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며 재판거래 의혹을 전면 부인한 뒤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7월25일 양 전 대법원장 등 전직 고위 법관들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7월21일 이어 두 번째 기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조사한 문건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양 전 대법원장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7월31일 공개된 문건 가운데 2015년 7월28일에 작성된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청와대) 설득방안’은 “(사법부와 청와대의) 공고한 유대관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며 ‘통상임금 판결에서 국가 경제가 안게 될 부담을 고려했다’,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에서 정부의 교육개혁을 뒷받침했다’ 등 항목을 나열하고 있다. 

청와대 관심 사건들을 '정부 운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판결해 로비 재물로 삼았음을 법원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이 문건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혁의 완성으로 내년 총선에서 정부 여당의 승리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법원 스스로 삼권분립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재판을 거래 도구로 삼아왔음을 밝힌 것이다.

이는 양 전 대법원장이 평소 강조해온 법관의 소신에 정면으로 배치됨은 물론이다.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우려스러운 일들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법관은 이러한 위협에 당당한 기개와 각별한 사명감으로 맞서야 한다. 재판의 독립은 법관에게 독립성을 보장할 때에 가장 최선의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수단적 가치다. 법관이 신뢰를 상실한다면 재판 독립의 원칙 또한 지켜낼 수가 없다.”

양 전 대법원장이 2017년 4월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한 말이다.

“법관은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의 높은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 법관 개개인이 도덕성을 갖지 못할 때 자신은 물론 사법부 전체의 권위가 손상되고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게 된다.”

2015년 한 법조계 행사에서 이렇게도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