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물량 공세 전략을 강화하고 미국 수출 규제에 대응해 사재기를 시작하며 한국산 반도체 장비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SMIC 반도체 공장 내부 사진.
특히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에 쓰이는 한미반도체의 장비와 세메스 제품 등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닛케이아시아는 14일 “지난해 중국에서 구매한 해외 반도체 장비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며 “미국과 갈등 심화에 재고 축적을 위한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은 생산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 국가 차원의 자급체제 구축 노력에 기여하고 시장 지배력도 높이기 위한 물량공세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반도체 장비 종류를 제한하는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는 점도 중국 기업들이 서둘러 장비 물량 확보를 서두른 배경으로 분석된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 세관당국 집계를 인용해 2024년 기준 반도체 장비 수입액이 309억 달러(약 43조9천억 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일본과 네덜란드에서 수입한 금액이 200억 달러에 육박하며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일본산 장비 수입액은 2023년 대비 약 28%, 네덜란드는 약 32% 증가했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된 반도체 장비 금액은 2024년 기준 16억1천만 달러(약 2조3천억 원)로 미국 규제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2018년과 비교해 31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닛케이아시아는 “한국산 반도체 장비는 네덜란드나 일본산 장비보다 한 단계 아래로 평가받지만 메모리반도체와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국에서 수출하는 HBM용 장비가 중국에서 강력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는 중국 반도체 장비기업 임원의 발언도 전해졌다.
그는 닛케이아시에에 “한미반도체의 장비는 SK하이닉스의 HBM 개발에 활용된다”며 “중국 고객사들은 SK하이닉스가 쓰는 모든 장비를 확보하기 원한다”고 말했다.
닛케이아시아는 한미반도체 이외에 세메스도 중국 반도체 기업에서 주목받는 장비 공급사로 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산 장비를 수입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일본이나 한국 공급사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장비를 적극 사들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 번스타인은 “중국에서 반도체 장비 수요가 수 년째 급증하는 배경은 재고 축적뿐 아니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며 “한국과 일본, 네덜란드 장비 업체들이 이에 따라 수혜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이러한 추세는 중국 반도체 장비 산업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일본 반도체 장비기업의 한 임원은 닛케이아시아에 “한국과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에서 중국 업체로 인력이 유출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3~5년 안에는 중국 이외 장비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