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및 한진칼 부사장이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조원태 부사장이 공식적으로 한진칼의 대표가 되면서 한진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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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겸 한진칼 대표이사 |
한진칼은 21일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조원태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지난해 12월 한진해운 사장에 취임한 석태수 대표이사는 물러났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이 투자사업부문을 총괄하는 '한진칼'과 항공사업부문을 맡는 '대한항공'으로 분할해 만든 회사다. 지난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로 전환됐다.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에서 경영전략 및 영업부문 총괄 부사장 겸 그룹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다. 이번에 한진칼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됨으로써 앞으로 그룹 내에서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 승계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60대 중반인 조양호 회장이 아직 활발하게 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회장이 된지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은 경영권 승계를 논하기에는 조금 이르다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그룹 내에서 조원태 부사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지주회사의 대표이사까지 맡게 되면서 사실상 경영권 승계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보는 해석이 많다.
조양호 회장의 세 자녀 중 누가 회장 자리를 물려받게 될지도 관심사다. 현재로서는 조원태 부사장이 가장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조양호 회장이 장남으로서 그룹 경영권을 승계 받았던 것처럼 조 부사장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룹에서의 입지도 조 부사장이 더 유리하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심각한 실적 부진 상태였던 화물업무를 맡아 조금씩 회복시키고 있는데다가 지주회사의 경영까지 맡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한진칼의 신임 대표가 된 조 부사장은 주총 직후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한진그룹은 정석기업-한진-한진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할 숙제가 있다. 정석기업과 한진칼이 합병하면 명실상부한 지주사가 되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합병설이 끊이지 않았다. 조 부사장은 오늘 정석기업의 합병에 대해서 “현재까지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 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31)가 한진그룹의 부동산 관리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진그룹 측은 이에 대해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