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왼쪽)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고문. |
여권 당권 경쟁에 최다선 의원인 이해찬 의원이 뛰어들었다. 원로급 '올드보이'의 당권 출사표는 매우 이례적이라 시선이 집중됐다.
공교롭게도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두 야당의 경쟁구도에서도 20~30년 동안 정치계에서 활동해 온 올드보이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이들이 관록을 내세워 당권 경쟁에서 승리할지 정치 쇄신의 요구에 밀려날지 주목된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8월5일 치러지는 민주평화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에 모두 여섯 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현역인 정동영 유성엽 최경환 의원과 민영삼 최고위원 허영 인천시당위원장, 이윤석 전 의원 등이다.
특히 정동영 의원에게 시선이 쏠린다. 정 의원은 선수로는 4선이라 유성엽(3선) 의원과 비슷하지만 국회 입성은 1996년 15대 때라 2008년 18대 때부터 활동한 유 의원과 차이가 크다. 박지원 천정배 의원과 함께 민주평화당의 원로급으로 꼽힌다.
민주평화당 안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결정한 뒤 차기 대표를 놓고 새로운 인물론과 중진론이 모두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천정배 정동영 의원에게 2선으로 물러나고 새 인물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정 의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중진이 당을 맡아야 한다며 출마했다.
정 의원은 14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평화당에 필요한 것은 강력한 리더십”이라며 “전국적 지명도와 추진력 등 정치적 능력을 갖춘 당 대표가 힘 있게 민생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전당대회 구도는 사실상 선두로 나서 있는 정 의원을 다른 후보들이 공동으로 견제하며 추격하는 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바른미래당에서도 원로급이 당대표에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손학규 상임고문이 하마평의 주인공이다.
바른미래당은 당초 8월19일 전당대회를 하기로 했으나 이를 9월2일로 늦췄다. 이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의 세력 다툼 양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국민의당 출신으로서는 손 의원을 필두로 김성식 이언주 이동섭 의원, 김영환 전 의원, 김철근 대변인 등이 당대표 후보군으로 거명된다. 바른정당 출신은 하태경 의원과 이준석 전 노원병 당협위원장이 출마 의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까지 시간이 많이 남기는 했으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세력 대결이 된다면 원로급
손학규 고문과 신진급 하태경 의원의 대결로 압축될 수 있다는 예상이 제기된다. 현재 당내 세력구도나 인지도 등을 놓고 볼 때 손 고문 쪽에 다소 무게가 기우는 것이 사실이다.
손 고문은 16일 “바른미래당이 체제 개편을 해서 새로운 힘을 가져야 한다”며 “내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나설것”이라고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대표에 올드보이들이 도전장을 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로는 당의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가 꼽힌다.
특히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각각 원내 3당, 4당이지만 최근 지지율은 고작 6석의 정의당에도 미치지 못한다.
6·13 지방선거에서 초라하다 못해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이들로서는 당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당의 간판인 대표에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정치인이 나서야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올드보이들의 약진은 당내 권력구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2020년 총선에서 공천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자연히 당내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생정당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에서 중진이라 해도 특정 계파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다. 원로급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이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