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여당 의원이 선임되면서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대 국회 하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으로 확정됐다. 보편요금제 국회 통과를 위한 첫 관문인 과방위 수장에 여당 의원이 앉게 되면서 보편요금제 법안 통과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20대 국회 하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편요금제는 국민들이 합리적 요금으로 기본적 이동통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정부에서 정한 저가 요금제를 의무적으로 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월22일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정보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의무적으로 월 2만 원에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를 출시해야 한다.
국회 상임위원장은 ‘입법 과정의 실세’로 불리며 법안 통과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실제로 야당인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과방위원장을 맡고 있던 2016년 신 의원이 ‘언론장악방지법’으로 불리는 방송법 개정안을 심사하기 위한 소위원회를 소집하지 않아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물론 보편요금제 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한다고 해도 국회 본회의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지만 과방위원장을 여당 의원이 맡게 되면서 정보통신법 개정안은 1차 관문인 소관 상임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16일 “과방위원장은 방송, 정보통신 관련 법안 심사를 의도적으로 늦출 수 있는 등의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며 “과방위에 여당 소속 위원장이 임명되면 정부의 법안 처리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편요금제의 과방위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동통신3사가 계속해서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 좋은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보편요금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KT의 LTE베이직 요금제는 월 3만3천 원에 데이터 1GB와 무제한 음성통화,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선택약정제도를 통해 25% 요금 할인을 받는다면 고객은 이 요금제를 월 2만4750원을 내고 사용할 수 있다. 정부의 보편요금제와 비슷한 요금을 내고 더 많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빠르면 7월 안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SK텔레콤의 새 요금제도 보편요금제의 실효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편요금제가 SK텔레콤에게 2만 원대 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하는 제도인 만큼 SK텔레콤이 먼저 2만 원대 요금제를 출시한다면 보편요금제 입법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함으로써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와 반대로 통신사들의 고효율 요금제 출시가 보편요금제 추진의 효과라는 주장도 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이통3사가 요금제 경쟁에 들어간 것은 보편요금제가 '자극'을 주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보편요금제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보편요금제 법안을 지지하고 있는 참여연대도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관계자는 "LTE서비스가 시작된지 5년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통신사들이 저가 요금제를 출시한다는 것은 (저가 요금제 출시가) 통신사들의 자발적 행위가 아니라 보편요금제 논의의 효과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5G서비스 등 앞으로 계속해서 추가될 통신 서비스의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보편요금제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