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06-17 02: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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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중소기업 특화(중기 특화) 증권사의 활성화를 위해 당근책을 마련한 만큼 중기 특화 증권사들이 지난 1기 때보다 더 많은 성과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중기특화증권사 제도가 1기 때 미비한 점이 많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차근차근 제도를 정비했다.<뉴시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중기 특화 증권사 제도가 1기 때 미비한 점이 많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차근차근 제도를 정비했다.
중기 특화 증권사란 투자금융 서비스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의 자금 조달과 성장을 지원하도록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증권사를 말한다.
금융위는 중소벤처기업의 기업금융 활성화를 통해 중소기업들의 성장을 돕는 한편 중소형 증권사들의 수익성을 확보하게 한다는 취지로 중기 특화 증권사를 고안해냈고 2016년 4월 6개 증권사를 선정해 2년 동안 중기 특화 증권사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2018년 4월 재심사를 거쳐 기존 중기 특화 증권사였던 IBK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KTB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들 가운데 KTB투자증권을 탈락시키고 SK증권을 새롭게 들였다.
금융위는 중기 특화 증권사 2기 출범에 앞서 미비했던 제도를 보완했다.
금융위는 1월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대책’을 통해 ‘중기 특화 증권사 전용 펀드’ 규모를 기존 80억 원에서 1300억 원으로 늘렸다. 전용 펀드 규모가 지나치게 작다는 중기 특화 증권사들의 요청을 수용한 것이었다.
중기 특화 증권사 전용 펀드는 중기 특화 증권사가 중소기업에 지원할 자금을 정책금융기관이 출자해 주는 펀드를 말한다.
금융위는 ‘세컨더리 펀드’ 운용사가 중기 특화 증권사를 중개회사로 이용하면 추가 성과보수를 지급해 중기 특화 증권사의 실적을 늘리는 것을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세컨더리 펀드’란 벤처캐피털이 보유하고 있는 벤처 주식을 매입해 수익을 내는 펀드로 벤처캐피털의 투자자금 회수를 돕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무엇보다 금융위가 6월5일 중기 특화 증권사들이 가장 간절히 바라던 영업용 순자본비율(NCR) 규제를 완화해준 것이 큰 혜택으로 평가된다.
금융위는 중기 특화 증권사가 혁신기업에 적극적으로 모험자본을 지원할 수 있도록 대출채권 전액을 ‘영업용 순자본’에서 차감하지 않고 대출채권 금액에 차주의 신용도에 따른 가중치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완화해 줬다. 8월 말 이 내용을 담은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기 특화 증권사들은 이런 당근책이 당장의 수익 개선으로 직접 작용하지 않아 미흡하고 다른 증권사들도 일부 수혜를 보고 있기 때문에 중기 특화 증권사만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300억 원으로 규모를 늘린 중기 특화 증권사 전용 펀드는 이미 다른 업종의 회사들도 운용사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중기 특화 증권사의 전용 펀드가 아니다.
SBI인베스트먼트나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 티에스인베스트먼트 등도 이 펀드의 위탁운용사로 참여했다.
중기 특화 증권사의 업무 가운데 금융위가 가장 강조한 크라우드펀딩 역시 중기 특화 증권사들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IBK투자증권은 중소기업 금융 전문인 IBK기업은행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중기 특화 증권사 가운데 그나마 성과가 가장 좋다고 하지만 금융당국이 기대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IBK투자증권은 2016년 4월 이후 6곳의 중기 특화 증권사가 올린 33건의 크라우드펀딩 가운데 18건(54.50%)을 성공해 44억7416만 원의 자금을 중소기업에 조달했다.
다만 중기 특화 증권사들이 2년 동안 중개한 크라우드펀딩 금액(98억 원)이 와디즈(전문 크리우드펀딩 업체) 한 곳이 올린 실적(150억8600만 원) 보다도 한참 적은 만큼 아직 중기 특화 증권사의 활약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성장사다리펀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금융위는 중기 특화 증권사들에게 성장사다리펀드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80여개의 성장사다리펀드는 7조4893억 원 규모가 조성됐지만 사실상 벤처캐피탈(VC)에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중기 특화 증권사들이 큰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성장사다리펀드는 정부가 벤처생태계 촉진을 위해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에서 모은 정책자금과 민간 투자자금을 모아 2013년부터 조성을 시작한 펀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