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이 남한과 북한의 전력망 연결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고 있다.
동북아시아 국가의 전력망을 잇는 ‘동북아 수퍼그리드’사업이 본격화되면 LS전선이 최대 수혜기업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이 최근 기획부서를 중심으로 남북한 경제협력에 따른 북한진출 가능성과 사업성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S전선은 남북경협이 본격화되면 가장 먼저 수혜를 입을 기업으로 꼽힌다.
LS전선은 국내 1위 전선회사로 전력·통신·산업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다.
남북경협이 시작돼 북한과 우리나라를 잇는 송배전망, 통신망을 구축하려면 LS전선이 생산하는 초고압케이블, 송배전케이블, 광케이블 등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은 전력 손실률이 높아 낙후된 송전케이블을 교체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북한의 생산 전력량은 766만 킬로와트(kW)로 한국의 7.1% 수준이다. 하지만 노후화된 송전케이블 때문에 전력 손실률이 높아 실제 생산 전력량은 한국의 4.4%에 불과하다.
신현준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의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전력 부족 해소가 남북경협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의 낙후된 송전망을 고려하면 송전망 개보수 작업에 오랫동안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LS전선은 동북아 수퍼그리드사업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동북아 수퍼그리드란 몽골의 풍력자원과 러시아의 풍부한 천연가스, 수력자원을 이용해 생산된 전력을 한국, 중국, 일본에 공급하자는 구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직접 제안한 프로젝트인데 점차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동북아 수퍼그리드에서 가장 큰 위험요소로 꼽혀온 동북아 안보 문제가 남북화해의 기류로 안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러시아, 일본, 북한 등 관계 국가들도 동북아 수퍼그리드를 반길 요인이 많다.
중국과 일본은 에너지 수입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일본은 주변 국가보다 2배 이상 비싼 전력 가격을 해결할 수 있고 중국은 경쟁을 통해 에너지 수입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LS전선 직원들이 500kV급 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제품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
러시아는 극동 남부 지역에서 20~30억 킬로와트시(kWh)의 전력 수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수출할 수 있는 시장을 동북아 전역으로 확대할 수 있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직접 전력을 공급받아 현재의 전력난을 해소할 수 있다.
북한은 2002년부터 2년 동안 러시아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청진까지 380km의 송전선을 연결해 15억∼25억kWh의 전력을 공급 받는 협상을 추진한 적이 있다.
동북아 수퍼그리드가 진행되면 LS전선의 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이 더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압직류송전은 대용량의 전기를 장거리로 보낼 수 있어 한국, 북한,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5개국의 전력망을 잇는 핵심기술로 꼽힌다. 또 기존의 교류송전 방식보다 전력변환 및 송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LS전선은 올해 5월 세계 최초로 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인증을 받았다. 고압직류송전 케이블 기술은 유럽과 일본의 5개 업체 정도가 보유하고 있으나 공인기관의 실증을 받은 것은 LS전선이 처음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S전선은 국내 유일의 고압직류송전 사업자로서 동북아 수퍼그리드사업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LS전선은 남북경협의 실체적 주역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