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국 정부의 한국산 수입 철강 관세면제로 한시름을 덜었는데 또 다른 악재가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를 대상으로 대폭 관세를 물리는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완성차회사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고 있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 권오준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왼쪽), 우유철 현대제철 대표이사 부회장. |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유럽과 일본 완성차회사에,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주로 자동차강판을 공급하고 있는데 미국 정부의 '관세 장벽'으로 자동차 판매가 부진해지면 실적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한국 철강회사들은 당초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제품에 관세율 25%를 적용하려고 했다가 면제조치를 내리면서 안도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두 회사엔 또 다시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자동차강판의 매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완성차회사가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 부진을 겪으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2017년을 기준으로 자동차강판 매출 비중이 전체의 30%에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정부가 수입산 완성차에 관세율을 크게 높이면 유럽, 일본, 한국산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자동차용 강판 납품 규모가 줄어들고 가격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높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전 세계 2위 규모의 자동차시장일 뿐 아니라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요 시장이기도 하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자동차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수입산 자동차에 최고 25%의 관세율까지 적용된다면 차량가격 인상 등에 따른 자동차 수요 부진이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포스코는 유럽과 일본 완성차회사에 공급하는 자동차강판 가격을 인상하면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늘었다. 하지만 유럽과 일본 완성차회사가 미국에 판매하는 자동차 규모가 줄어들면 앞으로 자동차강판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현대제철은 2017년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판매 부진 때문에 자동차강판 가격을 당초 톤당 12만 원 인상하려고 했지만 6만 원을 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재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포스코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완성차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해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할 수 있다”며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높아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수출이 줄어들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실제 적용하기까지는 약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런 상황에 대비할 만한 시간적 여유는 있어 보인다.
미국 정부는 수입산 철강제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런 조치가 조사단계에서부터 행정명령으로 발동되기까지 1년 정도 걸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에 수입산 승용차, 트럭, 자동차 부품 등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은 현재 수입산 자동차를 대상으로 세단 등 일반차량에 2.5%, 픽업트럭에 25%의 관세를 물리고 있는데 무역확장법 232조가 발효되면 일반차량에 물리는 관세가 최대 10배 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에 수출하는 승용차에 관세가 붙지 않지만 트럼프 정부가 이를 개정하려 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