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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하 NH농협은행장(왼쪽)과 권선주 IBK기업은행장(가운데)과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세울 뜻을 밝혔다. <뉴시스> |
인터넷전문은행은 올해 금융권의 가장 뜨거운 화두다.
기존 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자회사 형태로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일찍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받는 IT기업들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규제가 확실하게 풀리고 수익성이 입증되기 전까지 저울질을 더 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 인터넷전문은행, 은행 자회사로 시작하나
김주하 NH농협은행장은 지난 5일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정이 쉽지 않겠으나 차근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과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권선주 행장은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자회사 형태로 시작하려 한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고객이 인터넷전문은행 쪽으로 급격하게 이동할 수 있는 만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작업으로 2015년 기업은행의 스마트뱅킹 총괄플랫폼 ‘IBK원뱅크’를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으로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모바일 이용상품 30여 개 가운데 법적 규제를 받는 것을 제외한 것을 모두 영업점에서 실명확인하지 않고도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광구 행장은 지난달 30일 취임식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해 금융 디지털시장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며 “올해를 스마트 디지털은행의 원년으로 삼아 혁신적 디지털뱅킹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이달 2일 시무식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불러올 변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먼저 인터넷뱅킹을 시작했듯 앞으로도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 등 IT기술을 이용한 비대면 신채널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수장들은 대부분 자회사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려고 한다. 금융위원회가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란을 막기 위해 은행의 자회사 형태를 가장 깊이 검토하기 때문이다. 은행자본이 다른 은행을 자회사로 설립하는 것은 금산분리 규제에 걸리지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산분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기존 은행의 자회사 형태로 설립되는 것이 현재로서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며 “은행에서 먼저 보편화하면 기업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관망하는 시중은행들도 많다. 기존 스마트뱅킹을 강화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차별성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규제가 얼마나 완화될지도 불확실하다고 본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은행 자회사로 인터넷 전문은행이 생기는 방향성은 맞다고 보나 KB금융의 경우 아직 설립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대신 기존 스마트뱅킹의 IT기술을 보강해 온오프라인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도 “당장 인터넷전문은행 등 다른 채널을 새로 구축하는 대신 기존의 스마트뱅킹을 확장하겠다”며 “당분간 추이를 지켜보다가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이 확산되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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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욱 SBI저축은행 대표이사 |
◆ 저축은행, 인터넷전문은행에 촉각 곤두세워
금융위원회는 금산분리 규제가 일부 완화할 경우 제2금융권 회사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이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 특히 저축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과 소액금융대출이라는 주력 사업분야가 겹쳐 강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저축은행 1위인 SBI저축은행은 일찌감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선언했다. 김종욱 SBI저축은행 대표이사는 지난해 11월 SBI저축은행을 장기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SBI저축은행의 모회사인 일본 SBI홀딩스는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과 함께 일본 최대 인터넷전문은행 SBI스미신넷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SBI홀딩스의 인터넷전문은행 경험을 전수받아 대출과 예금사업을 모두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대표는 “한국은 영업점이 없을 경우 고객과 직접 만나지 않고 대출할 수 있으나 예금은 불가능하다”며 “예금을 원하는 고객들을 직접 찾아가 실명 확인을 한 뒤 나머지 서비스를 인터넷과 모바일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금융권 회사들 가운데 미래에셋그룹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전국에 영업점 79개를 두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영업점 48개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들 경우 모두 127개 영업지점이 실명확인 업무를 위탁받아 할 수 있게 되고 빠르게 기존 은행의 영역을 잠식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금융위가 금산분리 규제를 고려해 대형 제2금융권 회사나 IT기업의 시장진입을 일단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는 소규모 기업에게 먼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가해 사회적 합의를 조성한 뒤 대형회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제2금융권 회사들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신창재 교보증권 회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대한 질문에 “일종의 핀테크사업인 교보라이프플래닛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관심이 없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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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 대표이사 |
◆ 관망하는 다음카카오와 네이버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를 법적으로 완화할 경우 IT기업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본다. 기존 은행의 경우 스마트뱅킹과 사업영역이 중복될 가능성이 높으나 IT기업은 완전히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할 기회를 잡게 된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6일 인터넷전문은행 수혜주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를 꼽았다. 두 회사는 국내 IT기업의 양대산맥으로 최근 ‘라인페이’와 ‘뱅크카카오월렛’ 등 전자결제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최 연구원은 “글로벌 인터넷전문은행은 최근 순수한 IT기업이 운영하는 트렌드로 변화하고 있다”며 “특히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와 같은 모바일메신저 기업은 송출금이 편리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사용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도 5일 다음카카오을 놓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요건이 완화되면 금융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알리바바나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과 경쟁을 의식해 추가로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형 IT기업이 허가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고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이사는 지난해 한국은행의 금융IT세미나에서 “카카오가 한국에서 은행업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금산분리 규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체적으로 IT기업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가고 있으나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며 “금융규제가 완화하지 않으면 네이버은행이나 카카오은행을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