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두 명의 금융감독원장이 연거푸 낙마하면서 금감원장이 어려운 자리라는 말이 다시금 흘러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7개월 동안 금감원에 두 명의 원장이 각종 논란에 시달리다 스쳐지나가면서 금감원장 자질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금감원은 1999년 설립된 이래로 12명의 금감원장이 자리에 올랐다. 이 가운데 윤증현 5대 금감원장과 김종창 7대 금감원장 단 2명만이 임기를 완주했다.
굵직한 금융사고가 터지면서 금융감독기관의 책임론이 불거져 시장의 신뢰를 잃은 금감원장들이 많았다.
금융시장이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들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일이 금감원의 가장 큰 임무인 만큼 큰 사고가 나면 기본적 안전장치를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일차적 책임이 금감원에게 돌아간다.
최수현 9대 금감원장은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의 첫 번째 금감원장으로 임명됐으나 여러 차례 책임론에 시달리다 1년8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각종 금융사고들이 최 전 원장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2013년 9월 말 동양그룹 사태가 벌어졌을 때 금감원은 동양증권이 동양그룹 계열사 부실 기업어음을 ‘쪼개팔기 수법’으로 개인투자자에게 대량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존재를 놓고 논란에 직면했다.
1조8천억 원의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들이 연일 금감원에 몰려가 항의를 했고 금감원의 무능함을 비난하며 최 전 원장을 향해 사퇴 목소리를 높였다.
1억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사상 초유의 카드회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도 최 전 원장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특히 최 전 원장이 2014년 2월 국회 정무위 청문회에 참석해 “카드회사 개인정보 2차 유출과 피해는 없다”고 단언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2차 유출과 유통이 확인되면서 시민단체와 야당으로부터 강한 사퇴압박을 받았다.
2011년 저축은행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로 권혁세 8대 금감원장도 사퇴 압박을 받았다.
당시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고수익고위험 금융상품에 집중 투자를 하다 부실해졌고 결국 7곳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에 이르게 됐다.
금감원 검사에서는 밝혀진 게 없었는데 검찰에서 저축은행을 부실로 만든 비리들을 줄줄이 밝혀내면서 금감원의 신뢰는 땅으로 곤두박질 쳤다.
대학생들과 금융토크 행사를 위해 부산대학교를 찾은 권 전 원장에게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무능한 금융당국 때문에 피해자들의 고통이 계속 되고 있는데 금감원장이 대학생들을 상대로 무슨 할 말이 있냐”며 항의 시위를 해 행사가 중단된 일도 있었다.
정권이 바뀌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한 금감원장들도 많았다.
▲ 2012년 9월27일 부산저축은행 관련 피해자들이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을 만나기 위해 행사장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금감원 직원들이 이를 막고 있다. <부산저축비대위> |
이근영 3대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감원장은 노무현 정부가 2003년 2월 들어선 뒤 그 해 3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사퇴 요구를 받고서도 “때가 되면 스스로 알아서 처신한다”며 사퇴를 거부했지만 결국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용덕 6대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감원 역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바로 사퇴했다.
진웅섭 10대 금감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을 때 임기가 두 달 남았던 만큼 얼마 남지 않은 임기를 다 마칠 수도 있다는 말이 나돌았으나 바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두 금감원장들은 아예 ‘자격론’에 휩싸여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흥식 11대 금감원장은 금융권에 채용비리 칼날을 휘두르다가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친구의 아들을 채용에 추천한 의혹으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기식 12대 금감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정치후원금을 의원모임에 ‘셀프 후원’한 일이 알려져 취임 후 15일 만에 사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