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4-17 14: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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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사들이 아시아 나라에서 일감을 확보하는 데 성과를 내고 있다.
전통적 수주 텃밭으로 불렸던 중동의 발주여건이 악화하면서 아시아로 눈을 돌린 효과가 점차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 국내 한 대형건설사가 싱가포르에 건설하고 있는 빌딩형 차량기지 공사현장. <뉴시스>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17일 기준으로 올해 해외에서 따낸 일감은 모두 106억8535만 달러다.
2017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해외 신규 수주 금액이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7년 해외 신규 수주가 2010~2014년의 연 평균 수주금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도 해외에서 일감을 확보하는 데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국내 건설사가 과거에 많은 일감을 따냈던 중동에서 일감이 줄어들고 있다.
올해 중동에서 확보한 신규 수주 금액은 모두 30억2644만 달러로 2017년 같은 기간보다 60%나 급감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고 중동 수주금액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으나 3월 이후 수주 증가세가 현저히 떨어졌다.
반면 아시아 국가에서 따내는 공사는 늘어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1월부터 4월17일까지 아시아에서 수주한 금액은 모두 64억6747만 달러다. 2017년 같은 기간보다 수주금액이 172% 증가한 것으로 중동 수주금액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많다.
중동에 편중됐던 해외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기울였던 노력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건설사들이 한 해 중동에서 확보하는 일감은 2013년까지만 하더라도 해외 신규 수주 규모의 60%에 가까웠다. 아시아 신규수주 비중은 30% 안팎이었다.
하지만 2014년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원유를 팔아서 얻는 수입으로 재정을 충당하던 중동 국가들이 발주에 소극적으로 돌아서면서 중동은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베트남과 태국, 인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성장에 필요한 건설투자를 늘리는 것과 대비됐다.
중동에서 발주되는 공사가 대부분 국내 건설사들이 손실을 많이 낸 경험이 있는 플랜트에 치중됐지만 아시아에서 나오는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토목과 건축부문에 집중된 점도 국내 건설사의 시장 진출을 재촉했다.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이 재정악화를 이유로 사업을 자꾸 중단시키면서 사업을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가 고착되자 건설사들이 비교적 안전하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아시아 발주처들은 중동과 비교해 계약을 맺을 때도 깔끔한 편이라 사업하기 수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 신규 수주 금액은 2015년~2016년 2년 연속 중동을 넘어섰다. 2017년 다시 중동 수주금액이 아시아를 앞지르긴 했으나 올해 다시 아시아 신규 수주금액이 중동을 앞서 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내 건설사들이 아시아 국가에서 고르게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시아 건설시장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도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건설사들은 올해 베트남과 싱가포르에서 각각 16억4927만 달러, 10억6081만 달러를 수주했다. 아시아 신규 수주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5.4%와 16.3%다. 다른 시장인 홍콩과 태국, 인도, 중국, 말레이시아의 신규 수주 비중은 각각 10% 안팎을 보여 시장 쏠림현상이 크지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