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ING생명 인수를 놓고 신한금융지주와 비교해 잠잠하다.
KB국민은행을 겨냥한 채용비리 수사가 본격화된 부담이 큰 데다 보험사 매물을 중장기적으로 살펴보는 쪽에 무게를 더욱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가 ING생명 인수전에서 신한금융지주와 비교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본점 전경. |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ING생명 인수전에 뛰어들 유력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경쟁회사로 꼽히는 신한금융지주와 비교하면 훨씬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017년 말에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을 계리자문사로 선정하고 ING생명의 실사작업을 진행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ING생명을 2조5천억 원에 사들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지금도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고 있다.
반면 KB금융지주는 ING생명 인수에 상대적으로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 최근에는 ING생명 인수전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말도 나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생명보험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ING생명의 실사 등 인수 관련 절차에 실제로 참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그동안 ING생명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혀왔다. 2012년에 ING생명 인수를 시도했던 전례도 있다.
자산 기준으로 업계 최상위권인 은행, 증권, 카드, 손해보험부문 계열사를 모두 갖추고 있어 생명보험사의 몸집만 키우면 종합 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도 2017년 11월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그룹이 생명보험에 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도 그 분야를 더 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이 3월 들어 KB국민은행의 채용비리 수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KB금융지주도 대규모 인수합병에 선뜻 뛰어들기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은행은 2015년 윤 회장의 종손녀(누나의 손녀)와 전직 사외이사의 자녀 등 3명을 신입 직원으로 특혜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5~2016년에 남성 지원자의 서류전형 점수를 크게 올려준 정황도 포착돼 수사대상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 인사팀장 A씨와 KB금융지주 HR(인력개발) 총괄 상무 B씨가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연이어 구속되기도 했다.
KB금융지주가 기업 인수합병시장을 중장기적으로 바라보면서 ING생명의 매각가격이 더 떨어지거나 다른 매물이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ING생명 매각가격은 2조5천억~3조1천억 원 수준으로 KB금융지주가 2012년 ING생명 인수를 추진했을 당시 제시됐던 2조2500억 원을 훨씬 웃돈다.
KDB생명은 2020년까지 경영정상화에 매진한 뒤 매물로 다시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중국 보험감독위원회에서 모기업인 중국 안방보험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잠재적 매각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다만 신한금융지주가 최근 금융감독원의 채용비리 조사대상에 오른 점은 변수로 꼽힌다. 유력후보 2곳이 모두 채용비리 문제에 휘말리면서 ING생명 매각작업이 본격화되는 시기 자체가 늦춰질 가능성도 생겼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11일 “보험자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ING생명 인수와 관련해 현재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