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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프로듀서(왼쪽 다섯번째)가 지난 2일 홍콩에서 중국 텐센트와 전략적 업무제휴협약을 맺은 뒤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한국 연예기획사는 지난달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중국은 이번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문화콘텐츠시장을 한국에 개방했다. 중국자본이 20% 이상 투자된 한국 영화는 중국정부의 외국영화 규제에 걸리지 않는다. 음악사업에서도 중국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공연을 중개하고 공연장을 운영할 수 있다.
중국 투자자들은 한국 연예기획사와 직접 제휴하거나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텐센트는 이달 초 YG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제휴협약을 맺었다. 소후닷컴은 키이스트의 지분을 사들여 2대 주주에 올라섰다. 다른 연예기획사들도 중국회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연예기획사들이 중국기업들에게 문화콘텐츠 인력이나 제작 노하우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막대한 중국자본에 종속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중국으로 몰려가는 한국 연예기획사
한국의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현재 ‘중국 열풍’에 휩싸여 있다. 중국은 문화콘텐츠시장 매출이 17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투자증권은 2017년 이 시장규모가 260조 원까지 성장한다고 내다본다. 현재 91조 원 수준인 국내시장보다 훨씬 큰 수익원이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프로듀서는 한국 연예기획사가 중국에 진출하는 것은 당위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중국 문화콘텐츠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예측할 수 없다”며 “중국시장의 파급력은 세계에 퍼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도 지난달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에게 1천억 원을 투자받았다는 풍문의 주인공이 됐다. 알리바바가 유상증자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즉시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날 SM엔터테인먼트는 주가가 전날보다 4% 이상 올랐다. 한국 연예기업에 대한 중국자본 투자의 기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SM엔터테인먼트는 바이두와 손을 잡고 중국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이수만 회장은 지난 5월 리옌홍 바이두 회장과 전략적 업무제휴협약을 체결했다. 바이두는 SM엔터테인먼트의 음악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유통하고 방송프로그램도 함께 제작한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는 공연 위주였던 중국사업을 확장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려 한다”며 “장기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자회사 JYP픽쳐스를 통해 중국 동방연예그룹과 영화 ‘아이 워너 홀드 유어 핸드’를 합작한다. 중국 최대 동영상사이트인 유쿠투더우와 예능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제작한다.
IHQ도 지난해 인수한 큐브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지난 7월 중국 엔터테인먼트기업 미라클그룹과 전략적 사업제휴를 맺었다. IHQ는 중국 케이팝 시장을 공략하면서 드라마와 영화 등으로 활동영역을 넓힐 계획을 세웠다.
다른 국내 연예기획사들도 중국자본으로부터 투자제안을 계속 받고있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거대기업들이 최근 한국 연예기획사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며 “SM엔터테인먼트뿐 아니라 중간 규모의 기획사도 제휴나 투자제안을 종종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 연예기획사는 중국 진출에 대한 기대 때문에 국내시장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는 지난 4일 상장하자마자 시가총액 1739억 원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국내 연예기획사 가운데 3위다. 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가 상장으로 확보한 380억 원을 중국진출에 사용한다는 기대가 반영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성호 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 이사는 “한국 음악과 드라마뿐 아니라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0월 홍콩법인을 설립한 뒤 현지에서 오디션을 열며 중국을 노린 아카데미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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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뉴시스> |
◆ 중국자본이 안고 있는 위험요소
한국 연예기획사들이 중국시장에 진출했을 때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연예기획사들이 한국의 인력과 노하우만 뽑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연예계 관계자들은 국내 문화콘텐츠업계가 중국자본에 종속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0월 소속 엑소의 중국인 멤버 루한에게 전속계약 해지소송을 당했다. 같은 그룹의 다른 중국인 멤버 크리스도 지난 5월 똑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당시 중국 연예기획사가 두 중국인 멤버의 그룹 탈퇴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크리스와 루한은 모두 소송을 제기하자마자 중국에서 연예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을 후원하는 중국 연예기획사가 배후세력이라는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케이팝 교육시스템 등 한국 연예기획사의 노하우가 고스란히 중국에 넘어갈 수도 있다”며 “계약체계나 콘텐츠 저작권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중국시장에 진출해도 제대로 된 이익을 올리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중국자본이 한국 연예기획사의 지분을 일정 이상 확보한다면 경영권을 빼앗으려 들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아티스트와 문화콘텐츠를 중국시장에만 팔려고 해 국내 연예계에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연예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한국 연예기획사들은 중국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 소속 연예인들을 내보내고 출연료를 받아 수익을 올린다”며 “중국자본이 연예기획사의 주인이 된다면 오히려 자본이 유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