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복수금고체제를 도입하기로 확정하면서 기존 금고지기인 우리은행에 도전하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새로 진행되는 서울시 금고 공개입찰에 참여해 새 운영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 유력후보로 꼽히고 있다.
▲ 위성호 신한은행장(왼쪽)과 허인 KB국민은행장. |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서울시에서 복수금고를 도입한다면 공개입찰에 참여할 뜻을 내보여 왔고 양쪽 모두 기관영업을 눈에 띄게 강화하고 있다.
기관영업은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대형 병원, 대학교 등의 자산을 수탁하는 업무를 말한다. 서울시 금고는 연간 예산만 32조 원에 이르러 기관영업 대상 가운데에서도 ‘대어’로 꼽힌다.
서울시가 18일 밝힌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9년부터 제1금고(일반회계와 특별회계)와 제2금고(기금)를 운영할 사업자를 각각 선정하는 방식으로 복수금고체제를 도입한다.
서울시 금고는 1915년부터 103년 동안 우리은행(옛 조선경성은행)에서 독점적으로 운영해 왔지만 복수금고가 도입되면서 다른 은행들도 운영사업자로 선정될 길이 열렸다.
서울시 금고를 운영하는 은행은 세입금 수납과 세출금 지급, 기금 관리 등을 담당하면서 안정적 수익을 얻고 서울시 공무원 등을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
서울시 금고 운영이 서울시 아래 25개 구의 금고 관리와도 연계되는 부분이 많아 금고지기로 선정된 은행이 기관영업에서 중장기적으로 우위를 차지할 기회로도 꼽힌다.
위 행장은 이에 주목해 서울시 금고 운영권의 공개경쟁 준비를 직접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기관영업의 전통적 강자로 꼽혀왔지만 2017년에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을 KB국민은행에 내주고 국민연금 주거래은행을 우리은행에 넘겨줬다.
위 행장은 2018년 초 조직개편에서 개인그룹 아래 있던 기관영업부문을 기관그룹으로 확대했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행장 자리도 새로 만들어 위상 회복에 나섰다.
그는 2018년 신년사에서도 “올해 커뮤니티영업을 무엇보다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며 “기관고객영업도 긴밀한 협업과 촘촘한 영업을 통한 ‘토탈마케팅’을 바탕으로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허 행장도 기관영업 전문가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 시절 국군 병사 대상의 나라사랑카드와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 등을 유치했다.
2018년 초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에게 “서울시 금고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은 무한한 영광”이라며 “복수입찰이 가능해지면 적극 뛰어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 금고 공개입찰이 진행되면 제1금고 운영권을 놓고 특히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금고지기인 우리은행이 제1금고의 운영권을 지키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금고의 연간 예산 규모를 보면 제1금고 30조, 제2금고 2조 원으로 차이가 크다. 제2금고는 농업협동조합 등의 상호금융기관도 운영할 수 있어 입찰 참여자가 더욱 많을 수 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제1금고와 제2금고 공개입찰에 모두 참여할지 혹은 한쪽에만 도전할지 여부를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양쪽 모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시 금고는 규모가 워낙 크고 다른 사업과 시너지도 상당해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제1금고와 제2금고 양쪽을 모두 노릴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제1금고는 수성하려는 우리은행과 공격하려는 신한은행·국민은행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4월25~30일 동안 금융기관들의 제안서를 받아 심의를 진행한다. 그 뒤 5월 안에 금융분야 전문가와 시의원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통해 제1금고와 제2금고 사업자를 각각 결정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