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 원장은 채용청탁 의혹을 받게 되자 기존 은행권에서 문제가 된 채용비리 정황과 같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위기를 돌파할 뜻을 보이고 있다.
최 원장이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은행 인사담당자에 지인 아들의 이름을 알렸지만 단순 추천일 뿐이고 성적 조작 등의 비리를 의심받는 기존 채용비리 의혹과 다르다는 것이다.
당시 최 원장은 연세대 경영학과 71학번 동기의 아들인 L씨가 하나은행(현 KEB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전화를 받고 L씨의 이름을 은행의 인사담당 임원에게 알렸다.
L씨는 기준선을 밑도는 평가점수를 받았지만 최종 합격했다. 그는 현재 KEB하나은행 일선 영업점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이 9일 주간조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금감원은 10일 출입기자 안내자료를 통해 “최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외부에서 채용과 관련된 연락이 와서 이를 단순히 전달했을 뿐 채용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KEB하나은행에 최 원장의 채용청탁 의혹에 연관된 자료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 원장의 채용비리 여부를 공개 입증해 논란을 선제적으로 막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최 원장이 지인 아들을 추천한 것과 현재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은행들의 ‘VIP 명단’ 논란을 비슷한 수준의 문제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적극 해명했다.
금감원은 “KEB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정황을 점검할 때 추천자 55명의 이름을 담은 ‘VIP 명단’을 포착했지만 이 사실만으로 추천자 전원이 부정채용됐다고 보지 않았다”며 “면접점수 조작이나 채용기준 신설 등으로 부당하게 합격한 6명만 추려 부정채용으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도 “최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지인 아들을 추천한 것은 맞지만 결과를 알려달라는 취지였을 것”이라며 “채용과정에는 일체 개입하지 않았고 점수 조작 등의 의혹도 없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최 원장의 해명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 원장이 실제 채용비리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 해도 특정 인물을 추천했던 일 자체가 현재 은행권 채용비리를 관리감독하는 금감원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1일 원내브리핑에서 “최 원장은 (지인 아들의 채용 추천을) 반성하기는커녕 연락을 단순히 전달했을 뿐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며 “금융지주 사장이 특정 인물의 내용을 전달한 것이 암묵적 추천이 아니면 무엇인가”고 꼬집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위 임원이 지원자의 이름을 알린 것만으로도 인사담당자에게 영향을 미쳐 지원자의 채용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최 원장이 채용비리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이번 의혹 제기만으로도 금감원장의 자격 시비가 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원장이 채용비리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놓고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 등이 검찰 수사를 주장하는 등 정치권의 공격도 거세지고 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2017년에 최 원장과 비슷한 형태로 채용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은 전례도 있다.
김 회장은 2015년 10월 금감원의 신입 채용에 지원한 수출입은행 부행장의 아들 A씨가 필기시험에 합격했는지 여부를 이문종 금감원 전 총무국장에게 문의했다. 그 뒤 이 전 총무국장이 채용 예정인원을 기존보다 늘려 본래 불합격이었던 A씨도 시험을 통과했다.
김 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전 총무국장은 구속기소됐고 2017년 말에 금감원의 부원장급 인사 전원이 교체됐다.
금감원 노조가 2017년 12월 성명서에서 김 회장을 겨냥해 “그의 먼지보다 가벼운 입놀림에 채용비리가 시작됐다는 사실 자체는 평생 사라지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