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을 정치공작에 이용하려는 자들이 있다’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주장을 놓고 정치권과 사회각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인권 문제에 진영 프레임을 덧씌워 문제의 본질을 흐렸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보수언론 등이 미투운동을 진보진영 공격에 이용하는 행태를 제대로 꼬집었다고 동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27일 서면 브리핑에서 “일각에서 미투운동을 진영논리로 끌어들이며 그 본질을 흐리는 모습이 보이는데 미투운동의 본질은 모든 진영을 뛰어넘어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젠더폭력 문제의 고발”이라며 “정치권은 정쟁이 아닌 피해자 보호 대책을 고민하는 데 나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25일 팟캐스트 ‘다스뵈이다’에서 미투운동의 악용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김 총수는 “예언을 하나 할까 한다. 최근 미투운동 관련 뉴스를 보면 ‘미투운동을 지지한다’ 혹은 ‘범죄자 엄벌해야 한다’는 것이 정상적 사고방식이다”며 “하지만 공작의 사고방식으로 보면 다르게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할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나온 뉴스가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라 예언하는 것”이라며 “올림픽이 끝나면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 진보적 지지층을 표적으로 한 관점으로 기사들이 몰려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미투운동의 '보수와 진보' 진영 논란은 젠더폭력 문제의 본질을 정쟁으로 왜곡하며 결과적으로 미투운동 피해자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26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인터뷰에서 “김 총수의 발언은 앞으로 나올 많은 피해자들의 증언에 입막음을 할 것”이라며 “피해자가 어떤 의도로 발언했는지 비난하고 의심하며 폭로의 가치를 절하하는 데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김 총수가 미투운동 관련 발언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김 총수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김 총수의 발언은 미투운동을 ‘폭로전’으로 보고 그 영향을 가해자 개인의 처벌 문제로 일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6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관한 긴급토론회에서 “미투를 가해자 개인의 도덕적 흠결 문제로 축소하는 ‘악마화’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위장된 안도감을 제공하고 문제의 일시적 봉합을 꾀할 뿐”이라며 “적반하장식 책임전가에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현실 또한 가장 오래된 적폐가 성차별적 구조임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 총수의 발언은 현재의 진영논리를 예언하고 경계한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김 총수의 발언에 앞서 21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과 문재인 대통령의 고교동창인 이윤택 연출가 등을 거명하며 “정부와 여당 발 성폭력 문제 퍼레이드가 끝이 없다”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놓고 ‘더듬어민주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여성의원들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앞에서 즉각 사죄하라”며 문 대통령 주변인들의 사회적 일탈행위를 놓고 문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를 두고 최근 페이스북에서 “김 총수의 예언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댓글단과 보수언론의 전형적 이슈몰이가 진행되고 있다”며 김 총수를 옹호했다.
손 의원의 보좌관 김성회씨는 27일 페이스북에서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작성한 ‘대통령 지인인 연극계 원로가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업고 성폭력 사건을 저질렀다’는 문구를 인용하며 “미투운동을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해 수단화하는 작태를 고발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