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은행들을 대상으로 가상화폐에 관련된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내놓는다.
이 가이드라인이 실시되면 가상화폐(가상통화) 거래소의 경우 법인계좌 아래 거래자들의 개인계좌를 두는 ‘벌집계좌’가 사실상 막힐 가능성도 높다.
▲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조만간 가상화폐의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7일 “가상화폐의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1월 안에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주 안에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상화폐로 불법정치자금, 뇌물, 횡령과 배임 관련 자금, 마약범죄의 수익 등을 세탁하는 일을 방지할 계획을 세웠다.
은행들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여러 명이 가상화폐를 한꺼번에 대량구매하는 등의 사례를 살펴보고 의심스러울 경우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벌집계좌’를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관리하는 내용이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벌집계좌는 법인계좌나 특정한 개인의 계좌 아래 여러 거래자의 개인계좌를 두고 이들의 거래를 장부로 담아 관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가상화폐 거래소의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하자 일부 거래소는 법인계좌나 임원의 개인계좌를 발급받고 그 아래 거래자의 개인계좌를 두는 방식으로 투자를 받아왔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은 8일부터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내줬던 은행 6곳을 대상으로 가상계좌를 통한 자금세탁 여부를 특별검사하고 있다.
이 검사과정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의 벌집계좌가 자금세탁 등 현행법을 어긴 것으로 판단될 수 있는 문제들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벌집계좌를 통한 개인거래 장부가 엑셀 등 파일 형태로 저장되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자 수가 많을수록 자금이 뒤섞이는 등 오류가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 해킹과 비실명거래 가능성도 문제가 된다.
금융위가 가상화폐의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에 벌집계좌의 블랙리스트 관리를 넣을 경우 이 방식으로 운영돼 왔던 중소형 거래소 상당수가 문을 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형 거래소 상당수가 가상화폐 거래실명제를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벌집계좌를 블랙리스트로 관리할 경우 법인계좌 회수 등으로 이어지면서 중소형 거래소가 영업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