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가 ‘모델3’ 등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탑재하는 원통형 배터리 물량을 확보하는 데 겪는 어려움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가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할 기회를 확대하거나 원통형 배터리에서 수혜를 봐 성장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6일 “테슬라의 전기차 신제품 ‘모델3’ 양산차질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판매량도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고 바라봤다.
SK증권에 따르면 모델3는 11월까지 전 세계 누적 판매량 720대 정도를 보였다. 테슬라는 올해 월 1천 대, 궁극적으로 연간 40만 대 이상의 생산을 목표로 두고 있는데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테슬라가 일본 파나소닉과 공동으로 투자해 운영하는 미국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공장 ‘기가팩토리’ 가동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파나소닉은 최근 로이터를 통해 “모델3용 전기차 배터리 양산과정 일부가 자동화되지 않아 차질이 발생했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에 생산을 정상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는 기가팩토리 공장 가동에 대부분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로 했는데 전력 확보에도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는 대규모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에너지저장장치 사업까지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배터리를 받는 데 갈수록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최근 테슬라가 호주정부에서 수주해 구축한 에너지저장장치 프로젝트에는 처음으로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전략적 협력사인 파나소닉의 공급물량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SDI가 테슬라의 호주 에너지저장장치 프로젝트에 3300만 달러(약 361억 원)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한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SDI의 올해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전체 매출 예상치의 12% 정도에 이르는 대규모 수주다.
테슬라는 이번에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성과를 앞세워 전 세계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 수주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삼성SDI가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할 기회도 더 커지는 셈이다.
장 연구원은 “삼성SDI가 테슬라에 공급한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단가는 전기차용 배터리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매출과 수익성에 모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가 전기차에 삼성SDI와 LG화학 등 한국업체들의 원통형 배터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테슬라는 모델3의 생산차질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외부 부품업체를 통해 일부 차종의 위탁생산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팩(왼쪽)과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만큼 테슬라가 기존의 수직계열화된 전기차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외부업체에 의존을 높이는 쪽으로 타협할 여지를 열어놓고 있는 셈이다.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를 직접 공급하지 못하더라도 테슬라의 배터리 확보 차질에 충분히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나소닉이 생산하는 배터리 물량을 대부분 테슬라 공급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원통형 배터리의 공급부족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원통형 배터리는 테슬라의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 이외에 전기자전거와 노트북, 보조배터리 등에 주로 사용되는 제품으로 삼성SDI가 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공급부족의 수혜를 대부분 차지할 수도 있는 셈이다.
장 연구원은 “삼성SDI는 전 세계에서 배터리 기술경쟁력을 주목받고 있다”며 “2차전지의 수요 급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