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기업설명회에서 어떤 비전 내놓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가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연다.
 
이달에만 미국과 영국, 싱가포르, 홍콩 등 4개 국가에서 진행된다. 이 행사에 삼성전자 핵심 임원들이 대거 참여한다.

삼성전자가 기업설명회를 연이어 여는 것은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삼성전자가 올해 부진한 실적을 내자 많은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 삼성전자, 뉴욕에서 투자 설명회 개최

삼성전자가 17일 오후 미국 뉴욕 웨스틴 그랜드 센트럴에서 ‘삼성 인베스터스 포럼 (Samsung Investors Forum) 2014’를 개최한다.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이번 행사에 참여한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장(전무)이 이번 포럼의 진행을 맡는다. 포럼은 이명진 전무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시스템LSI 부문과 디스플레이 부문, 삼성 오픈 이노베이션 부문 등 크게 세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서병훈 삼성전자 시스템LSI 기획팀장(전무)과 이창훈 삼성디스플레이 기획팀 상무,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오픈이노베이션센터 수석 부사장이 각 세션의 발표자로 나선다. 발표 뒤 참석자들과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서병훈 전무는 ‘파운드리산업 관점에서 본 시스템LSI 사업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표한다. 이창훈 상무는 ‘디스플레이의 혁신-커브드와 플랙시블 디스플레이’에 대해 소개한다.

시스템LSI와 디스플레이는 모두 3분기 저조한 실적을 냈다.

반도체 사업부는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로 2조26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비메모리반도체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이번에도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위탁생산)사업 최대 고객이었던 애플을 대만의 TSMC에 뺏긴 것이 실적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부진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6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나 줄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매출이 줄어들자 패널 납품도 덩달아 감소하면서 실적이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이번 포럼에서 시스템LSI와 디스플레이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릴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자들에게 청사진을 제시해 두 사업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은 부사장은 ‘삼성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란 주제로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사물인터넷과 스마트홈 등 신사업을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를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해외인재들을 영입해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할 목적으로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삼성오픈이노베이션센터(SOIC)를 세웠다.

이 조직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인수합병도 담당한다. 지난 8월 약 2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미국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개발회사 ‘스마트싱스’가 대표적이다.

◆ 달라진 주주환원 정책 선보일까?

투자자들은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이번 포럼에서 배당정책 변화 등을 언급할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현재 하락세에 놓여 있다. 17일 삼성전자 주가는 120만5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1년 전(147만 원)보다 18%나 낮은 금액이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실적을 이끌었던 스마트폰사업의 향후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 주가하락의 원인이 됐다.

이에 따라 해외투자자들은 삼성전자에 배당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17일 기준으로 52.47%여서 이들의 주장을 무시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늦어도 내년 초 주주환원 정책을 어떻게 바꿀지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명진 전무는 지난달 30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경영진들은 최근 실적악화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주주 여러분들의 요구를 반영해 올해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중이며 4분기 실적 발표 때 그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우리시간으로 18일 새벽 3시20분에 시작된다. 투자자 편의를 위해 인터넷을 통한 중계도 진행한다. 삼성전자 IR 홈페이지(https://www.samsung.com/sec/aboutsamsung/ir/newsMain.do)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18일과 19일 뉴욕에서 열리는 ‘HSBC 아시아 인베스터 포럼’에도 참석한다. 이 행사는 미국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아시아 투자설명회다. 올해 60개가 넘는 아시아 주요기업들과 미국 대형투자기관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는 포럼 직후 영국 런던으로 이동해 CIMB증권 주관으로 오는 20~21일 열리는 ‘코리아 타이완 콘퍼런스’에도 참여한다. 24~26일 골드만삭스가 주관하는 ‘코리아 코퍼레이트 데이’ 참석을 위해 싱가포르와 홍콩을 방문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산업을 이끌고 있는 두 거대 기업이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최근 이들이 해외 투자자들과 스킨십을 확대하는 것은 주주들을 달래는 한편 회사의 미래전망을 소개하기 위한 행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