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해외 은닉계좌에 발목이 잡혀 삼성생명 의결권이 제한될까?
이 회장이 이와 관련해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점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융지배구조법)’상 적용요건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7월 이 회장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대주주로서 적격이라는 잠정결론을 내렸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최종결론을 내린다.
그런데 이 회장이 과거에 미신고 해외 금융계좌를 과세당국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회장의 삼성생명 대주주 적격성을 다시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조세범처벌법이나 외국환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인 형이 확정될 경우 10%를 넘는 금융회사 지분의 의결권은 제한된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0.76%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의결권이 10%로 제한될 경우 삼성생명 최대주주는 사실상 삼성물산(19.34%)으로 바뀌게 된다.
다만 이 회장은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6개월 동안 운영된 ‘미신고 역외소득 재산 자진신고제도’ 기간에 신고해 형사관용조치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만큼 삼성생명 대주주 적격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형사관용조치란 탈세, 해외금융계좌신고, 외국환거래 신고의무 위반, 재산국외도피, 범죄은닉 수수 등 법 위반사실을 자진신고하면 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내용이다.
금융위원회도 이 회장의 법률 위반 사실만으로 의결권을 제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 회장의 법 위반사실이 확정돼 형사처벌을 받으면 금융회사 최대주주 적격성이 문제가 될 것”라며 “자세한 내용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를 근거로 이 회장을 기소해 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더라도 이 회장의 삼성생명 의결권 행사에 큰 제한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원회 법령해석심의위원회는 금융지배구조법 적용요건은 형사처벌 확정시점이 아닌 범죄행위가 이뤄진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지배구조법이 시행된 지난해 8월1일 이후에 발생한 위법사항만 다루는 것으로 금융위는 판단하고 있다.
물론 법령해석의 영역인 만큼 법제처 등 유권해석 기관이 금융위와 다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 회장이 자진신고한 계좌 외에 다른 금융계좌가 드러날 경우 이 회장의 삼성생명 의결권 제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
이건희 차명계좌 태스크포스(TF)팀’에 따르면 국세청은 11월 중순 차명계좌 태스크포스팀에 지금까지 밝혀진 것 이 외에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추가로 존재한다고 보고했다.
국세청은 추가로 드러난 이 회장의 차명계좌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고 모두 ‘과세대상’이라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 내용은 개별과세정보인 만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