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상거래업체 아마존이 프랑스 출판사 아셰트에 전자책 가격 책정권을 주기로 합의했다.
아마존은 출판업계들과 전자책 가격을 놓고 분쟁을 벌여왔는데 이번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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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
아마존은 그동안 서적 유통업계 최강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출판업계에 저가정책을 강요하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아마존이 아셰트 출판사와 새로운 판매계약에 합의해 전자책을 놓고 벌여온 분쟁을 끝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 보도했다.
아셰트는 이번 계약으로 앞으로 전자책 가격을 독자결정할 수 있게 됐다. 아셰트가 저가로 책을 공급할 때 아마존이 지원금을 제공하는 내용도 계약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은 내년부터 적용되나 두 회사 모두 구체적 계약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데이비드 내거 아마존 부사장은 “금융지원을 포함해 이번 합의를 맺게 돼 기쁘다”며 “이번 계약으로 독자와 저자가 많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피치 아셰트 CEO도 성명을 내고 “이번 새 합의안은 아셰트 소속 작가들에게 수년 동안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책값 '후려치기'를 일삼던 아마존이 출판사들과 싸움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라고 평가한다.
아마존은 지난달 미국의 대형 출판사인 ‘사이먼 앤드 슈스터’와 계약을 맺을 때도 가격 책정권을 양보하고 저가공급에 따른 지원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피치는 “이번 계약이 출판사와 공급사 관계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며 “아셰트에 소속된 작가들의 전자책 수수료는 이번 계약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이 아셰트와 합의한 데 대해 연말 쇼핑시즌을 앞두고 판매수수료 분쟁으로 공멸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마존과 아셰트 모두 분쟁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아셰트의 전자책은 60%가 아마존을 통해서 판매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포레트서 리서치의 제임스 맥퀴비 연구원은 “이번 계약은 어느 쪽의 승리도 아니다”라며 “두 회사 모두가 소중한 서적 홍보 기회를 놓쳤고 이번에 합의한 계약 조건도 이전에 합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횡포를 놓고 비난 여론이 크게 일어난 점도 이번 합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아마존은 아셰트에 전자책 공급가를 내리라고 통보했다. 아마존은 전자책을 9.99달러 이하로 판매하려고 했다. 반면 아셰트는 12.99~14.99달러는 돼야 한다고 맞섰다.
아마존은 합의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지난 5월부터 아셰트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아셰트에서 출판된 책의 배송시간을 고의로 지연시켰다. 또 아셰트 서적의 구매란에 사전주문 버튼을 빼버리기도 했다. 사전주문 기능이 없으면 새로 나온 책은 사실상 성공하기 어렵다.
그러자 서적 및 전자서적 유통의 최강자라는 지위를 남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인 J.K. 롤링 등 여러 작가들과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아마존의 횡포를 비난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지난달 “아마존은 수요를 독점해 온라인 출판시장에서 힘을 남용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아마존을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