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사장은 22일 서울특별시 중구 SK명동빌딩에서 열린 ‘SK행복나눔 바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018년 상반기에 SK루브리컨츠의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업공개를 통해 윤활유사업의 가치를 시장에서 검증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루브리컨츠는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부문 100% 자회사인데 2009년 정유부문자회사 SK에너지에서 독립했다.
SK루브리컨츠는 윤활유 원료인 윤활기유브랜드 유베이스(YUBASE)와 윤활유브랜드 지크(ZIC)를 보유하고 있다.
SK루브리컨츠의 윤활기유제품과 윤활유제품은 전 세계 고급윤활기유(그룹3)시장에서 점유율 1위, 전세계 윤활유시장에서 점유율 3위에 올라 있다.
SK루브리컨츠는 정유업황 악화로 SK이노베이션 실적이 주춤했을 때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 '알짜' 자회사로 불렸다.
SK루브리컨츠는 SK에너지로부터 독립했던 2009년 영업이익 540억 원을 냈으나 지난해 3900억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두며 SK이노베이션의 실적 효자노릇을 해왔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정유업황 악화 탓에 영업손실 1828억 원을 냈지만 그해에도 SK루브리컨츠는 228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SK루브리컨츠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사장이 SK이노베이션에서 2020년까지 공격적 투자를 진행하기 위한 실탄으로 SK루브리컨츠 상장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사장은 SK그룹 안에서도 손꼽히는 전략전문가인데 그는 SK이노베이션을 ‘탈정유회사’로 바꿔놓겠다는 청사진을 그려두고 있다. 그는 전기차배터리와 화학 등 비정유사업에 2020년까지 10조 원을 투자하고 2025년까지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점유율 30%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를 통해 미국 다우케미칼의 화학사업을 인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럽에 전기차배터리공장을 세우고 국내 전기차배터리공장도 증설하며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 SK루브리컨츠 윤활유제품 지크 이미지.
SK이노베이션이 SK루브리컨츠를 상장해야 할 만큼 당장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SK이노베이션은 2012년부터 순이익이 계속 줄어들다가 2014년 순손실 5372억여 원을 본 데다 금융부채도 가파르게 늘어 재무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SK이노베이션은 당시 SK루브리컨츠의 경영권을 매각하거나 상장해 자금을 수혈받으려 했지만 2016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내면서 분위기가 바뀌자 SK루브리컨츠 상장계획을 중단했다.
SK루브리컨츠가 상장되면 SK이노베이션이 적어도 1조 원 넘는 자금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SK루브리컨츠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유럽에서 생산거점을 확보하면서 고급윤활기유시장에서 선도적 지위에 올랐으며 사업안정성도 좋아졌다”며 “각국 정부가 연비와 환경규제를 강화하며 고급윤활유 수요가 늘어나는 데 따라 SK루브리컨츠의 수익 창출력도 좋아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