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세계 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선복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지만 신조 발주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신조선가가 오를 수도 있는 만큼 현대상선이 신조 발주에 나설 적기를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세계 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선박을 확충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자금조달 여부와 선박 발주규모, 발주시기 등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2018년까지 비용절감 등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한 뒤 2019년부터 선대확장에 적극 나설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아직 2019년부터 선대확장을 본격화한다는 장기 로드맵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기회를 잡을 경우 신조 발주에 틈틈이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올해 8월31일 1만1천 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에서 인수하기도 했다. 2018년 5월31일까지 한진중공업으로부터 선박 2척을 건네받기로 했다.
한진중공업으로부터 컨테이너선 2척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현대상선이 선대를 본격적으로 늘려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10일 서울 종로구의 현대상선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컨테이너선 발주나 터미널 인수를 놓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신조 발주에 나서기 위해 정부의 자금지원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나 신조 발주에 본격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2018년 6월 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한 뒤부터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현대상선에 자금을 본적으로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신조선가가 서서히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현대상선이 선가가 낮은 시기에 신조 발주를 할 수 없어 아쉽다는 말도 나온다.
앞으로 세계 경기의 회복으로 물동량 증가가 예상되고 컨테이너선운임이 점점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선사들이 앞다퉈 선박 확보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선사들의 선박수요가 늘어날 경우 신조선가도 오를 수 있다.
현대상선은 올해 9월 대우조선해양에 초대형유조선을 4703억 원에 발주했는데 선박펀드의 구성이 늦춰지면서 본계약 체결이 애초 7월로 예상됐던 데서 지연됐다.
현대상선은 계약 체결을 두 달가량 늦췄는데 그 사이 초대형유조선 선가가 올라 애초 계획보다 비싼 값을 치렀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해운사들이 실제로 선복 확장에 나섰다는 점도 현대상선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선복규모가 큰 해운사인 CMA-CGM은 9월21일 초대형컨테이너선 9척 발주를 확정지었고 그뒤 곧바로 세계 2위 해운사인 MSC가 초대형컨테이너선 11척을 발주한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이 발주시기를 놓칠 경우 해운동맹에 가입할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
현대상선은 글로벌 상위 선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2020년까지 선복을 100만TEU까지 늘려야 한다고 해운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2만2천 TEU급 초대형컨테이너선을 30척 가까이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현대상선은 선박 발주부터 인도까지 2년가량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8년부터 발주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용선한 선박을 선주에 돌려주는 등 비용을 절감해 나가고 있는 만큼 선대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현대상선은 3분기 영업적자폭을 대폭 줄였는데 용선 반납 등으로 비용을 지속적으로 절감한 점을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