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기자 khpark@businesspost.co.kr2017-10-30 17: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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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운임담합과 관련한 손해배상소송 절차가 4년 만에 다시 시작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원고측인 LG그룹 계열사들과 합의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쪽)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LG그룹 계열사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외 항공사들 12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감정인을 8월21일 지정했다. 9월5일 감정인에 지정결정등본을 송달했다.
LG화학과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등 LG그룹 계열사들 4곳은 2013년 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외 항공사들 12곳의 운임담합으로 운송료가 높아지는 바람에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손해를 입었다며 이들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약 4년 만에 감정인이 지정된 만큼 앞으로 이번 손해배상소송 절차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소송을 마무리하기 위해 LG그룹 계열사들과 합의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 손해배상소송이 장기화해 화주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경우 각 항공사가 항공화물을 유치하는 데 애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들에게 내국인 수요를 지속적으로 내주고 있는 데다 외국인 입국자수가 감소세를 보이는 만큼 화물유치까지 줄어들면 항공사들은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화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각각 1억1500만 달러(약 1340억 원)와 5500만 달러(약 642억 원)을 지급하고 소송을 종결하기도 했다.
대법원이 과거에 항공사의 운임담합 사실을 인정했던 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요인이다.
대법원은 2014년 3월 타이항공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뒤 이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항공사들이 여러 차례 접촉해 비슷한 시기에 유류할증료를 도입해 변경했다”며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를 변경할 때마다 인상 폭을 담합하는 등 부당한 경쟁 제한이 있었다고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외 항공사들이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약 9년 동안 유류할증료를 신규 도입 또는 변경하면서 운임을 담합했다며 2010년 11월 과징금 1200억 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소송에서 감정인의 감정결과로 손해배상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된다.
LG그룹 계열사들은 이번 손해배상소송의 소송가액을 4억400만 원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감정인 감정을 통해 소송규모는 확대할 수 있는 데다 다른 화주들 손해배상 청구도 뒤따를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LG그룹 계열사들과 합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LG그룹 계열사들이 수출물량을 운송하기 위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을 두 항공사가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