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완성차회사 피아트크라이슬러(FCA)를 인수할 가능성을 외국언론도 주목하고 있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피아트크라이슬러 인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현대차와 피아트크라이슬러 합병설이 외국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외국언론도 주목하는 현대차의 피아트크라이슬러 인수 가능성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19일 현대차와 피아트크라이슬러 합병 가능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낸 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를 비롯해 외국 언론들이 이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가 피아트크라이슬러를 인수하면 글로벌 완성차판매 1위에 올라설 수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 산하 브랜드 전부를 인수할 경우 11조2천 억 원, 고급차 브랜드 마세라티와 부품회사 마그네티 마렐리만 인수할 경우 5조6천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차는 2016년 별도 기준으로 순현금 15조3천억 원을 보유했고 순이자수익으로 1390억 원을 내면서 5조~10조 원 수준의 인수금액을 충분히 부담할 수 있다고 이 연구원은 바라봤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마세라티와 마그네티 마렐리뿐 아니라 알파로메오, 피아트, 닷지, 크라이슬러, 램, 지프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포브스는 27일 “현대차가 원하는 부분만 살 수 있다면 세르조 마르키온네 피아트크라이슬러 CEO가 찾고 있는 인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SUV 제품군 부족으로 판매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에 피아트크라이슬러가 보유한 SUV, 픽업트럭 등이 필요할 수 있다. 게다가 조만간 미국에서 픽업트럭 출시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SUV 전문브랜드인 지프와 함께 램 브랜드의 픽업트럭, 닷지 브랜드의 SUV인 듀랑고와 저니 등 다양한 SUV와 픽업트럭을 팔고 있다. 

소형차 브랜드인 피아트와 고급차 브랜드인 알파로메오는 미국에서 판매실적이나 브랜드 평판이 좋지 않다. 하지만 피아트는 유럽에서 현대차에 대적할 만한 소형차 제품군을 갖추고 있고 알파로메오도 고급차 브랜드로서 인정받고 있다고 포브스는 전했다. 

다만 현대차가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피아트크라이슬러의 고급차 브랜드인 마세라티의 필요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파악했다.

포브스는 “과거에 경쟁회사들이 완성차 브랜드를 사들일 때도 현대차는 내 갈 길을 간다는 식으로 인수합병을 꺼렸지만 그때는 현대차 판매가 강세를 보였던 때”라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고 현대차가 자금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피아트크라이슬러 브랜드 가운데 원하는 것만 살 수 있다면 좋은 거래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현대차가 실제로 피아트크라이슬러를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전체보다는 일부 브랜드를 인수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 자동차매체 카스쿱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현대차가 피아트크라이슬러 전체를 인수한다면 단점이 많을 것”이라며 “피아트가 소형차를 중점적으로 생산판매하기 때문에 기아차 소형차와 판매간섭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국 완성차회사인 창청자동차는 지난 8월 말 피아트크라이슬러 인수에 관한 언론보도를 부인했다. 앞서 창청자동차가 지프 브랜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잇달아 나왔다. 

마르키온네 피아트크라이슬러 CEO도 9월 초 매각과 관련해 진행 중인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완성차 브랜드 인수를 놓고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중국 등에서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출시해 판매를 정상화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