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박스가 주가가 부진하다. 영화 ‘택시운전사’와 ‘살인자의 기억법’의 쌍끌이 흥행으로 3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지만 주가는 맥을 못추고 있다.

외국계 투자배급사들이 한국영화 배급을 늘리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쇼박스가 중국 등 해외시장에 진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쇼박스 주가, '택시운전사' '살인자의 기억법' 흥행에도 왜 부진한가

▲ 유정훈 쇼박스 대표이사.


21일 쇼박스 주가는 전날보다 0.4% 떨어진 5020원에 장을 마쳤다. 주가는 7월 중순 6500원대까지 올랐으나 그 뒤 다시 하락해 걸어 5천 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쇼박스는 택시운전사가 관객 1200만 명 이상을 동원하고 비수기를 노린 살인자의 기억법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3분기에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쇼박스가 3분기에 100억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그러나 주가는 이런 전망과 정반대의 흐름을 보인다. 지난해 8월 쇼박스가 투자배급한 영화 ‘터널’이 관객 712만 명을 동원하면서 주가가 8680원까지 상승했던 점과 대조된다.

2015년에는 관객 수 1270만 명을 기록한 영화 ‘암살’이 흥행하면서 주가가 단번에 5천 원대에서 9천 원대 후반까지 오르기도 했다.

한국영화 관객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인 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국계 투자배급사가 한국영화 배급시장에 뛰어들면서 쇼박스가 점유율을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국내 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 점유율은 2013년 59.7%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점유율은 53.7%였고 상반기 점유율은 42.8%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전체 관객 수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2.8% 증가했으나 한국영화 관객 수는 5%나 줄었다. 같은 기간 한국영화의 극장 매출 역시 4.2% 감소했다.

기존 CJE&M, 쇼박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4개사가 장악했던 한국영화 배급시장에 최근 들어 메가박스플러스엠, 워너브러더스코리아, 20세기폭스코리아 등이 뛰어들면서 경쟁도 치열해졌다.

전체 한국영화 가운데 대형 4개사가 투자배급한 한국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90.1%에 이르렀으나 지난해 77.2%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는 75.1%로 더욱 낮아졌다.

지난해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국내 투자 첫 작품인 밀정이 관객 750만 명을 동원했고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의 곡성도 관객 688만 명을 돌파하는 등 외국계 투자배급사들이 한국영화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쇼박스가 중국에 진출했지만 사드보복이 불거지면서 전망이 불투명해진 점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쇼박스는 중국 화이브라더스와 합작으로 중국영화 6편을 제작하기로 했는데 6월 첫 영화로 ‘뷰티풀 액시던트'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한 데다 사드보복까지 겹치면서 후속작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국내 투자배급사 1위인 CJE&M 역시 그동안 영화 흥행에 따라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였던 것과 달리 최근 주가 흐름은 영화와 무관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동안 ‘명량’이나 ‘국제시장’, ‘베테랑’ 등이 흥행했을 때 CJE&M 주가는 한 달 만에 최대 17%까지 오르기도 했다.

CJE&M 전체 사업에서 영화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은 데다 방송과 음악부문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승훈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CJE&M은 콘텐츠 판매와 디지털사업이 성장을 이끌고 있다”며 “중국 사드보복이 해소되면 방송 등을 중심으로 실적이 가파르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