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면세점에서 구매수량 제한을 강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구매수량 제한으로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지키고 오히려 정식수출이 늘어나는 등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서경배 역발상, 아모레퍼시픽 실적보다 브랜드 가치 지켜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5일 화장품 및 면세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면세점에서 화장품 구매수량 제한을 기존보다 강화하고 구매제한 브랜드를 추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애초 설화수·라네즈·헤라·아이오페 등 브랜드에서 구매수량을 10개로 제한해 스킨, 로션 등 각 품목별로 10개씩을 살 수 있도록 했지만 9월부터 각 브랜드별 10개로 기준을 높였다.

온라인면세점의 경우 브랜드별 20개에서 5개로 줄이고 프리메라, 마몽드, 리리코 등 브랜드에서 구매제한을 신설했다.

서 회장이 수량제한 기준을 강화한 것은 단기적으로 실적을 방어하기보다 보따리상의 무분별한 판매로 훼손된 브랜드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힘쓰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서 회장은 1일 아모레퍼시픽 사내방송에서 “올해 회사 경영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외부에서만 원인을 찾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브랜드 가치 등 우리가 내부에서 놓치고 있던 것은 없는지 돌아보자”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구매수량 제한의 강화에 따라 장기적으로 설화수, 헤라, 프리메라, 바이탈뷰티 등 고급 브랜드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 고급 화장품은 그동안 중국 보따리상의 불법 화장품 유통으로 인터넷에서 저렴하게 팔리는 탓에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다.

중국 보따리상들은 인터넷을 통해 선주문을 받은 뒤 면세점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해 불법으로 중국에 전달한다. 개당 2~3만 원의 저가화장품보다 10~20만 원 이르는 고가 제품으로 이익을 더 많이 남길 수 있어 고가 화장품을 주로 유통한다.
 
서경배 역발상, 아모레퍼시픽 실적보다 브랜드 가치 지켜

▲  아모레퍼시픽의 고급화장품 브랜드 '설화수'.


설화수의 인기제품인 윤조에센스와 탄력크림의 정가는 각각 12만 원, 10만5천 원인데 면세가로 구입하면 각각 9만7천 원, 8만4천 원 정도에 살 수 있고 추가로 대량구매 할인이나 쿠폰 등을 적용해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다.

불법 유통이 줄어들면 오히려 정식 판매경로의 판매가 활기를 띌 수 있다.

애경의 인기화장품인 ‘AGE 20s’는 사드보복으로 면세점 매출이 감소했지만 오히려 중국으로 수출이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보따리상이 사라지면서 편법으로 제품 살 수 있는 길이 차단되자 되레 정식 수출이 늘었다”며 “한국 화장품 쓰던 중국 여성들은 여전히 한국 제품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의 면세점 매출비중이 24%로 적지 않은 데다 면세점을 찾는 고객 가운데 중국인 비중이 절반을 넘는 만큼 단기간 실적악화는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