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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가운데)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장에서 의원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
현대자동차가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윤갑한 현대차 노무담당 사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현대차가 불법파견 판결을 항소한 대해 의원들로부터 집중추궁을 당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불법파견 인정 판결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불법파견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불법파견 판결을 받은 뒤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현대차는 이 판결에 대해 항소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이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 윤갑한 “법으로 풀 수밖에 없다”
서울지방법원 민사합의 41부(부장판사 정창근)와 42부(부장판사 마용주)는 각각 지난달 18일과 19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직원 1200여 명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현대차와 사내하청 근로자들 사이에 실질적 근로자 파견관계가 인정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현대차는 이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동계의 반발을 불렀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소를 제기한 지 3년10개월 만에 판결이 난 것인데 현대차가 항소할 경우 소송 장기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투쟁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양재동 사옥 앞에서 “현대차가 지리한 소송전을 포기하고 당장 불법파견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정규직 전환을 실시하도록 다양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의 항소방침은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윤갑한 현대차 노무담당 사장은 지난 24일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항소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현대차가 항소의지를 밝혔지만 2010년 대법원 판결과 이번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일관됐다”며 “사법체계를 우습게 보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윤 사장은 ”현대차 담장에 있는 근로자들은 모두 현대차 직원이라는 판결”이라며 “현대차 노사관계는 대한민국 노사관계의 바로미터여서 사내하도급 문제가 넌센스하게 정리되면 대한민국에 막대한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것은 노사관계를 대화로 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대화로 풀겠다고 의지가 있다면 회사가 항소를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윤 사장은 “노사가 협의해 풀 것”이라면서도 “풀리지 않으면 법으로 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정규직은 왜 불법파견 판결에 반대할까
현대차 정규직 노조도 서울중앙지법의 불법파견 인정 판결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이번 판결이 현대차 노노갈등을 심화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지난달 18, 19일 판결 이후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 현장조직 가운데 하나인 ‘길을 아는 사람들’은 지난달 20일 “불법에 대한 기준조차 제시하지 않은 상식을 벗어난 판결에 문제가 있다”며 “비정규직노조는 1심 판결만 놓고 현장을 선동하지 말고 대법원 최종판결을 기다려 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830여 명의 반장조직도 지난달 22일 유인물을 통해 “이번 판결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된 것은 원청업체의 작업지시권이었다”며 “우리가 현장을 책임지는 반장인데 도대체 누가 작업지시를 한다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서울중앙지법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원청업체의 지시를 받는 고용관계였다는 판단을 반박한 것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내 엔진변속기공장 반장들도 지난달 24일 유인물을 통해 “1심 판결대로라면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업무성격을 가리지 않고 모두 정규직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공장 현장을 무시한 것이고 오히려 직원의 고용불안을 초래하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이달 13일부터 24일까지 신규 조합원 모집에 나섰지만 가입의사를 밝힌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80여 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 수가 4천여 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적다.
비정규직 노조는 조합원 가입을 원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조합비, 투쟁기금, 손배기금, 해고자생계기금 등의 납부와 함께 회사의 정규직 채용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내용증명을 요구해 논란이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