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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월27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한금융의 ‘순혈주의’를 깨뜨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환경으로 변화 등에 맞춰 조직을 정비하고 역량을 강화해 KB금융지주와 선두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 조용병, 신한금융 순혈주의 깨고 외부인재 수혈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은 디지털부문에서 외부인력을 잇달아 영입하며 신한금융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조영서 전 베인앤컴퍼니 금융부문 대표를 신한금융지주 디지털전략팀 본부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빅데이터 전문가인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신한카드에 인공지능(AI)랩을 새로 만들고 카카오에서 일했던 박승택 박사를 랩장으로 임명했다.
주로 은행출신 인사들이 자회사 대표이사를 맡았던 관행도 깨고 있다.
7월에 투자금융분야 전문가인 김희송 당시 신한생명 상무가 신한PE(프라이빗에쿼티)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새롭게 세우는 신한리츠운용사(부동산자산관리회사) 사장에 남궁훈 신한금융투자 본부장이 내정됐다.
김 사장과 남궁 내정자는 둘 다 신한금융 공채출신이 아니다.
조 회장은 기존에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꾸려져온 투자금융(IB)업을 신한금융투자 중심으로 재편하고 이를 맡을 외부인재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 가장 강한 ‘순혈주의’ 인사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되는 신한금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신한금융이 그동안 순혈주의 인사를 바탕으로 1등 금융그룹를 지켜왔지만 최근 KB금융지주가 격차를 빠르게 좁혀오자 변화를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디지털환경에 적응하고 글로벌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전략을 여러 시각에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상황에서 순혈주의 인사는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은 7월 하반기 신한경영포럼에서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클 뿐 아니라 복잡하고 모호한 환경도 이겨낼 수 있는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민첩하면서도 유연한 대응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사내문화도 강한 공채기수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신한금융의 정기채용에서 다양한 업권의 경력직을 채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유연한 조직문화 심기 박차
조 회장의 전략은 금융권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은행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8월부터 디지털그룹을 시작으로 기존 직급체계와 호칭, 복장 등 바꿔 유연한 조직문화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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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호 신한은행장. |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바로 전달되고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기존 5단계(행원-대리-과장-부부장-부장) 체계에서 3단계(매니저-수석매니저-부장)로 직급체계를 줄였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이런 조직문화를 디지털그룹에 우선 적용한 뒤 은행 전체에 확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부터 채용방식도 기존의 공채방식에서 수시채용방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은행의 경우 안정적인 영업을 펼치는 만큼 인력을 채용할 때 공채를 중심으로 한 신규채용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경력을 지난 사람들이 모이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2016년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전망’에 따르면 은행의 경력직 채용비중은 6.01%로 나타났다. 전체 금융권의 경력직 채용비중인 37.5%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이를 깨뜨리기 위해 공채를 통해 비슷한 경력을 지닌 신입사원을 일괄적으로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과 글로벌, 투자금융, 리스크 등 분야별로 경력직을 포함해 채용을 실시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과 선두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조 회장의 순혈주의 타파에 더욱 속도가 붙는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 들어오는 인력과 기존의 순혈주의에 적응한 기존 인력들이 빠르게 조화를 이루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