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겸 현대캐피탈 부회장 대표이사가 현대카드에서 장기적인 디지털전략을 펼치고 있다.
다만 재무적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최근 5년 동안 떨어지고 있는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경영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 정태영, 현대카드의 디지털금융 연구개발 힘써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상반기에 중국 베이징에 현대카드의 디지털캠프를 세운다. 디지털캠프는 현대카드의 디지털금융 연구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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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스튜디오 블랙에서 스타트업 기업가 등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정태영 페이스북> |
미국 디지털캠프에서 선진금융시장의 디지털금융 동향을 파악한 것처럼 핀테크분야에서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에서도 디지털전략을 배우기 위한 정 부회장의 전략이다.
국내에서 IT기업 및 핀테크업체가 입주하는 공간인 ‘스튜디오블랙’을 운영하며 현대카드 디지털전략본부와 스타트업 100여 곳이 한 건물에서 디지털전략을 함께 연구한다.
정 부회장은 미국과 중국, 한국에서 각각 디지털금융을 연구한 결과를 국내 스타트업들과 공유하며 새로운 디지털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서울의 스튜디오블랙을 직접 방문해 스타트업 직원들과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한다.
정 부회장이 펼치고 있는 디지털전략은 단기간에 실적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디지털회사로 전환하는 데 밑바탕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5년 10월 ‘디지털 현대카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국내 카드사 가운데 가장 먼저 디지털회사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KB금융지주 경영진 워크샵에서 “디지털 전환이 회사의 운명을 가를 핵심요소”라며 “알고리즘과 머신러닝, 블록체인 등 디지털분야 전문가를 500명까지 늘리고 이익의 20%를 디지털 개발에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이 현대가의 일원으로서 오너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다른 카드회사보다 장기적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카드회사들은 경쟁적으로 핀테크와 O2O사업에서 단기적으로 성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대카드는 장기적으로 디지털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 재무적투자자 등장에 경영전략 변화 일어날까
문제는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최근 5년 동안 점차 낮아지는 추세라는 점이다.
신용판매결제액 기준으로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2012년 13.7%, 2013년 12.8%, 2014년 12.3%, 2015년 12.1%, 2016년 12.1% 등이다.
카드구매액 기준으로도 현대카드의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2012년 11.8%, 2013년 10.9%, 2014년 10.1%, 2015년 9.8% 2016년 9.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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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
정 부회장이 점유율 하락을 감수하면서도 ‘디지털 현대카드’라는 경영키워드를 강조하며 연구개발 및 수익구조의 재편, 문화컨텐츠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펼쳤기 때문이다.
현대카드가 여전히 업계 4위권 회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 등 법인고객을 제외하면 개인고객들을 점차 경쟁회사들에게 뺏기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게다가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면서 현대카드의 경영전략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올해초 GE로부터 현대카드 지분 23.99%를 사들였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현대카드가 2020년에 상장하는 시점을 전후해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재무적투자자인 만큼 투자금 회수를 위해 장기적인 디지털전략보다는 단기적으로 현대카드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영전략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정 부회장이 펼치고 있는 문화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다른 카드회사들처럼 O2O(온오프라인연계)사업 등에 뛰어들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