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과거 샌디스크를 창업한 뒤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낸드플래시분야 전문가를 새 CEO로 영입했다.

마이크론이 D램에 의존을 낮추고 낸드플래시 중심으로 사업체질개선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CEO 교체를 계기로 본격적인 성장전략에 시동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 새 CEO에 낸드플래시 전문가 영입해 체질개선 박차  
▲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신임 CEO.
2일 외신을 종합하면 마이크론이 CEO 교체를 계기로 낸드플래시의 매출처 다변화와 생산투자 등 사업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크론은 마크 더칸 CEO가 사임의사를 밝힌 2월부터 별도 조직을 꾸려 차기 경영자를 물색해왔다. 최근 산제이 메로트라 샌디스크 전 CEO를 최고경영자에 임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메로트라는 샌디스크의 공동창업자로 낸드플래시 기술전문가다. 과거에 마이크론과 인텔의 경영에도 참여했고 2011년부터 샌디스크가 웨스턴디지털에 인수된 지난해까지 CEO를 맡았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마이크론 이사회가 메로트라를 영입하기로 한 것은 매우 효과적이고 똑똑한 선택”이라며 “과거 샌디스크 CEO에 취임할 때도 높은 기대를 받았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메로트라는 낸드플래시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읽고 대응하는 능력으로 샌디스크를 키워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취임 직후인 2011년부터 3D낸드 기술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2013년에는 기업시장에서 SSD의 성장가능성을 꾸준히 강조했다.

올해부터 낸드플래시가 신기술인 3D낸드 중심으로 재편되고 서버분야에서 SSD의 수요가 급증해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이 뒤늦게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을 미리 예측해낸 셈이다.

샌디스크는 메로트라가 CEO로 재직하는 동안 낸드플래시시장에서 20% 안팎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삼성전자와 도시바 등 거대기업에 맞서 3위 자리를 꾸준히 지켜냈다.

샌디스크는 과거 삼성전자와 중국 칭화유니그룹 등이 모두 인수를 추진할 정도로 낸드플래시 기술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결국 지난해 웨스턴디지털에 20조 원 정도에 인수됐는데 당시 증권가에서 사업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메로트라는 2014년 서버용 SSD업체인 퓨전IO를 11억 달러에 인수한 것을 포함해 모두 다섯 건의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샌디스크의 사업영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경쟁사들의 메모리반도체 증설속도가 늦은 데 대응해 공격적인 생산확대에 나선 것도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효과를 냈다. 도시바와 샌디스크의 합작생산법인 설립도 메로트라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전문매체 톰스가이드는 “메로트라는 현재 마이크론의 사업전략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며 “인수합병과 매출처 다변화를 통해 새 성장동력을 마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크론은 과거 샌디스크와 유사한 입장에 놓여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낸드플래시 매출처가 대부분 PC와 스마트폰 등에 한정돼있고 성장성이 가장 높은 SSD시장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로트라는 SSD 관련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며 고객사 확보에도 성과를 내 샌디스크를 부품업체에서 기업용 저장장치 솔루션업체로 바꿔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이크론 역시 CEO 선임을 밝히며 기업시장에서 메로트라의 오랜 경험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마이크론, 새 CEO에 낸드플래시 전문가 영입해 체질개선 박차  
▲ 마이크론이 개발해 공급하는 서버용 SSD.
미즈호증권은 “메로트라는 마이크론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던 낸드플래시사업을 한단계 진화시킬 것”이라며 “샌디스크의 성장신화를 재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마이크론은 낸드플래시 대규모 생산투자에 나서기도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다. 트럼프 정부에서 인텔과 마이크론이 세금감면 등 혜택으로 현지 공장건설에 가장 수혜를 입을 기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D램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75% 이상의 점유율로 양강체제를 점점 강화하고 있어 마이크론은 낸드플래시의 매출비중을 높이는 과제가 시급해졌다. 하지만 낸드플래시에서 시장점유율이 4~5위권에 그쳐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공격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메로트라가 마이크론의 낸드플래시 사업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낸드플래시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국내 반도체기업의 실적에도 일부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올해 낸드플래시시장의 규모는 지난해보다 25% 성장하며 가격상승세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반도체기업들이 생산투자에 일제히 속도를 내고 있어 예상보다 빨리 업황악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