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가맹사업분야의 불공정거래 감독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게 일부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런 방안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내놓은 구상과 유사하다. 그동안 전속고발권 폐지를 놓고 공정위와 정치권이 줄다리기를 해 왔는데 절충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
|
▲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
정재찬 위원장은 27일 중소기업중앙회 이사회실에서 열린 편의점 가맹사업자 간담회에서 “수많은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행위와 분쟁을 공정위 한 곳에서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와 공조체제를 구축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공정위에 정보공개서가 등록된 가맹본부는 5300개이고 가맹점수는 21만9천 개에 이른다. 하지만 공정위 가맹거래과 인력은 8명으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 위원장은 가맹사업법상 집행업무 일부를 지자체에 위임하는 등 법 집행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또 가맹본부가 가맹금·평균매출 등 정보공개서 주요항목을 허위 기재했는지 지자체와 합동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공정위가 불공정거래 감독 업무를 지자체와 나누기로 하면서 공정위가 고수해온 전속고발권 폐지 반대입장도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고발권을 지자체에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불공정거래 관리감독업무가 공정위의 고유업무였던 것을 고려하면 큰 변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선후보들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고 국회에 전속고발권 폐지 법안이 다수 계류돼 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2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전속고발권 전면폐지 시 고소 고발이 증가해 기업활동이 위축된다”고 말하는 등 전속고발권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번 지자체와 가맹사업 불공정거래 공조 방침은 문재인 후보 캠프가 발표한 공정위와 지자체 협업방안과 결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과 관련해 기존의 강경했던 입장에서 물러나 다음 정부에서 어느 정도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 후보 캠프는 얼마 전 공정위와 지자체가 불공정거래행위의 제재를 협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자체도 불공정거래 행위에 민원을 접수받고 기본적인 조사와 과태료 수준의 제재 등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상조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공정위가 고발권만 아니라 공정거래법 집행 전 과정을 독점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공정위가 아닌 다른 주체도 법을 집행할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지자체에 법률지원센터를 만들고 공정위가 공정거래협력관을 파견해 조사한 뒤 중요한 사안만 공정위로 넘겨야 한다”며 “이런 절차가 전속고발권 폐지보다 훨씬 실효성이 있고 법의 개정없이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