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주사 설립을 통한 지배구조개편에 나섰지만 롯데 금융계열사를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계열사를 매각하는 방안과 일본롯데에 넘기는 방안, 단순금융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 있지만 어떤 것도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신동빈, 롯데그룹 지주회사체제에서 금융계열사 어떻게 처리할까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27일 “ 롯데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잔존하는 18개 순환출자 고리 해소가 필요하다”며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롯데캐피탈과 롯데카드 등 롯데지주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도 2년의 유예기간에 처리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롯데그룹은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각각 인적분할하고 롯데제과 투자회사(가칭)를 중심으로 각 투자부문을 합병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한다.

이 과정에서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 93.78%와 롯데캐피탈 지분 25.64%를 보유하게 된다. 현재 롯데쇼핑이 롯데카드 지분 93.78%와 롯데캐피탈 지분 22.36%를 소유하고 있고 롯데칠성음료가 롯데캐피탈 지분 1.52%, 롯데푸드가 롯데캐피탈 지분 1.76%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두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금융계열사를 떼어내야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호텔롯데도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롯데피에스넷 등 금융계열사 4곳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가 도입되면 롯데카드를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삼아 지주회사-롯데카드-다른 금융계열사 형태로 지분구조를 정리할 수 있다.

다만 야당이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데다 대선 결과에 따라 제도도입이 물 건너 갈 수도 있어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만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 회장이 금융계열사를 놓고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3가지로 꼽힌다. 금융계열사를 매각하는 방안과 일본롯데에 넘기는 방안, 단순금융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안 등이다.

신 회장은 LG그룹이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LG증권과 LG카드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한 것처럼 롯데금융계열사를 매각할 수 있다.

다만 롯데그룹이 LG그룹과는 달리 유통업에 사업의 바탕을 둔만큼 그룹 차원의 유동성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금융계열사를 보유해 얻는 이점이 다른 업종보다 뚜렷한 셈이다.

롯데그룹 금융계열사의 자산규모는 2015년 말 기준 25조511억 원으로 그룹 전체자산(124조6770억 원)의 20%가 넘는다.

신 회장은 일본롯데측에 금융계열사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선택할 수도 있다. 금산분리를 포함한 지주사 관련 규제는 국내 회사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지주사로 전환한 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하고 있던 두산캐피탈 지분 각 14.28%를 해외계열사인 두산중공업아메리카와 두산인프라코어아메리카로 넘겼다.

신 회장이 이 방안을 선택할 경우 지주사 전환을 통해 한국롯데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떨어뜨리고 신 회장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는 시도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신 회장이 롯데카드를 중심으로 금융계열사를 단순금융지주사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신 회장은 롯데카드 지분 0.27%만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 회장이 롯데지주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만큼 롯데카드 등의 지분을 확보할 자금여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 실형을 받을 경우 보험업법상 대주주 자격을 가질 수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횡령·배임혐의로 불구속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인허가와 관련해 70억 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로 최근 추가로 기소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