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 순이익뿐 아니라 인재양성을 놓고도 신한금융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은 디지털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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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윤 회장은 3월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하고 돌아온 뒤 “유능한 인재들이 새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고 내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양성해 KB금융이 디지털 인재양성의 사관학교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한 데 이어 KB국민은행 4월 조회에서도 디지털 인력양성과 조직개편을 당부했다.
윤 회장은 올해 초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등 계열사의 우수직원 150여 명을 다른 계열사로 교차발령하는 등 우수 인력양성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KB금융은 2015년부터 매년 계열사 직원 10~20명가량만 교차발령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KB금융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회장은 ‘재무통’ 출신답게 그동안 주요 계열사 사장 및 임원들을 재무관리 전문가들로 채웠다.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과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허정수 KB국민은행 부행장 등이 재무통으로 꼽힌다.
KB금융이 빠르게 신한금융을 추격한 데는 안정적인 재무관리를 중심으로 한 한미캐피탈과 현대증권, LIG손해보험 등 대규모 인수합병이 주요 요인이었다.
그런데 디지털 환경변화가 비대면채널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금융권에도 급격하게 영향을 끼치면서 윤 회장은 재무 중심의 인력구성에서 벗어나 디지털 전문가 양성에 무게를 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권의 인재사관학교로 떠오르고 있는 신한금융과 인재양성에서도 경쟁을 펼치게 된 셈이다.
순이익 규모에서 KB금융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신한금융은 최근 2~3년 동안 KB금융, 하나금융, 우리은행 등의 요직에 신한금융 출신들이 자리 잡으면서 금융권의 인재사관학교로 떠오르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과 최영휘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신상훈 우리은행 사외이사,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남승우 NH농협은행 부행장, 이춘국 우리카드 부사장 등이 모두 신한금융 출신 인사들이다.
신한금융이 ‘1등 금융그룹’이라는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과 오래 전부터 인재양성에 힘써온 만큼 전문인력이 많다는 점이 ‘순혈주의’가 강한 금융권에서 신한금융 출신들이 선임될 수 있었던 이유로 꼽힌다.
신한금융은 2006년부터 금융회사 최초로 계열사간 교차 인사발령을 실시하고 '신한 글로벌 비즈니스 스쿨'과 '신한 매니지먼트 스쿨' 등 교육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인재양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평소 ‘조직의 힘은 사람에서 나온다’고 강조하는 만큼 신한금융은 올해 인력개발에 더욱 힘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회장이 취임한 뒤 ‘디지털 신한’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만큼 디지털 전문가를 키우는 데 더욱 심혈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와 신한금융은 순이익 규모뿐 아니라 인재사관학교라는 명망을 두고도 ‘1등 금융그룹’ 경쟁을 펼칠 것”이라며 “금융회사들의 미래가 디지털환경에 맞춘 사업전략 변화와 빅데이터 활용 역량 등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재양성 경쟁은 두 금융그룹의 미래 경쟁구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