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시식행사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13억 원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롯데쇼핑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소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올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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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희태 롯데쇼핑 사장. |
재판부는 “이 사건은 납품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직원을 파견하겠다고 요청한 경우”라며 “롯데쇼핑과 납품업체들이 종업원 파견에 관한 사전 서면약정을 맺고 약정에 따라 행사와 관련한 비용을 납품업체가 부담하도록 한 것 자체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규모유통업법에서 정한 종업원 파견에 관한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는 파견받은 종업원이 상품 판매촉진 행사 업무를 맡도록 하면서 인건비 전부를 납품업자 등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롯데쇼핑이 2013년 2월부터 2014년 4월까지 빅마켓의 4개 점포에서 1456회의 시식행사를 하고 이 행사비용 16억530만여 원을 149곳의 납품업체에 전가했다는 이유로 2015년 5월 과징금 13억9천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납품업자들의 판촉비용 분담비율은 50%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한 ‘대규모 유통업에서의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를 근거로 들었다.
대규모유통업법 제11조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는 판매촉진 행사에 쓰이는 비용 등을 납품업체에서 부담하도록 하려면 행사 전에 대통령령에 따라 서면으로 약정을 맺어야 한다. 이때 납품업체가 비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납품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종업원을 파견하겠다고 요청해 시식행사가 치러졌다””며 “시식행사는 판매보조행위인 만큼 대규모유통업법에서 정한 판매촉진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대규모유통업법이 허용한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규모유통업법 제12조는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체로부터 종업원 등 인력을 파견받아 근무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면서도 파견조건을 서면으로 약정하거나 납품업자 등이 자발적으로 종업원 파견을 요청하는 경우 등은 허용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 조항이 납품업자의 자발적 종업원 파견을 놓고 비용분담을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1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안이 대규모유통업법 제12조 요건에 부합하는지와 무관하게 인건비 등 비용 분담과 관련한 제11조 규정을 어긴 것이라며 공정위의 과징금부과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규모유통업법 제12조 요건이 충족되기 때문에 제11조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자발적인 직원 파견의 경우에도 유통업자에게 일정비율의 인건비를 부담시키려 했다면 대규모유통법 12조에 이를 명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현행법은 그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납품업자가 종업원을 파견할 때도 제11조가 제12조에 중복적용된다고 해석한다면 보통의 당사자가 통상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며 “법 규정의 미비나 모호함에 따른 불이익을 행정처분 대상자에게 부담지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