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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한전 본사부지 쟁탈전의 ‘실질적’ 승자가 됐다.
한국전력은 부지매각으로 10조5500억 원을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이는 감정가 3조3천억 원의 3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지난해 말 공시지가 1조4837억 원와 비교하면 7배나 된다.
조 사장은 한전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등 경영정상화에 탄력을 받게 됐다. 백승정 한전 기획본부장은 "한전 부지매각으로 내년에 부채를 2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전의 부채는 금액으로 볼 때 한국토지공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조 사장은 그동안 정부의 주문에 따라 본사부지 매각을 비롯해 자사주 매각 등 부채 줄이기에 온힘을 쏟아왔다.
◆ 한전 부채감축 일정에 여유 생겨
한전은 본사부지 매각으로10조 원이 넘는 돈을 마련하게 되면서 올해 안에 감축해야 할 부채를 해결하고 2017년까지 감축하기로 한 일정도 충분히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부지매각 대금의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정해놓지 않았지만 최우선적으로 부채를 줄이는 데 쓸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본사를 나주로 이전 한 뒤 1년 안에 삼성동 본사부지를 처분할 계획이었으나 정부의 경영정상화 요구에 따라 매각시점을 앞당겼다.
한전 관계자는 "매각대금은 부채감축과 한전 설비유지 및 전력공급을 위한 투자비로 사용될 예정"이라며 "주로 부채감축에 사용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전의 부채규모는 연결기준으로 107조 원이다. 6월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207%에 이른다.
한전은 올해 10조9천억 원의 부채를 줄일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전은 2017년까지 14조7천억 원의 부채도 감축한다는 목표를 잡아 놓았다. 이로써 부채비율을 143%로 낮춘다는 것이다.
이번 부지매각으로 10조 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하면서 이 모든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됐다.
한전은 애초 자산매각으로 5조3천억 원, 원가절감으로 4조2천억 원, 사업구조조정으로 3조 원, 이자비용 절감으로 1조9천억 원, 수익창출로 3천억 원 등을 마련하려고 했다.
그런데 본사부지 매각만으로 자산매각을 통해 확보하려던 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한전은 다른 자구계획을 이행하는 데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
한전은 오는 26일까지 현대차그룹과 계약을 체결한다. 한전은 매각 대금을 계약체결일로부터 1년 안에 4개월 단위로 세 차례에 걸쳐 나눠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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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부지 |
◆ 조환익 경영정상화 날개 달다
조환익 사장은 10월 정부의 2차 공공기간 중간평가를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조 사장은 본사부지 매각을 비롯해 자사주 매각도 속전속결로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윤상직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은 2차 중간평가에서 경영정상화 성적이 미흡한 기관장에 대해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이 자사주 매각을 서두르자 자사주 매각이 부채비율을 개선하는 데 4.5% 수준에 불과하고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간평가를 너무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 부지매각에서 뜻하지 않은 성과을 거두면서 조 사장은 이 모든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조 사장은 최근 노조와 방만경영 개선에 합의하기도 했다. 한전 노사는 퇴직금 제도 개선를 놓고 이견을 보이다 지난 2일 합의하는 데 성공했다. 노사의 방만경영 정상화 계획 이행도 정부의 중간평가에 반영된다.
조 사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방만경영 정상화에 협조해 준 전력노조 조합원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끊임없는 소통과 혁신을 통해 행복한 한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한전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전의 실적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한전은 상반기에 매출 27조6619억 원, 영업이익 2조563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 영업이익 8292억 원을 올렸는데 이는 지난해 2분기 1조94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을 감안하면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2분기 매출도 12조889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증가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전의 기업신용등급을 종전의 'A1'에서 'Aa3'으로 상향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