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검찰에 자세를 한껏 낮추고 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인 손범규 변호사는 22일 새벽 검찰조사가 끝난 뒤 “악의적 오보, 감정 섞인 기사, 선동적 과장 등이 물러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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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서울지방검찰청에서 21시간 밤샘조사를 마친 뒤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서며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 |
그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검찰은 특검과 다르게 정치적이지 않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사건을 보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변호인단이 검찰수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과 더불어 박 전 대통령의 표정도 밝았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조사를 마친 뒤 서울 삼성동 자택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박 전 대통령 측의 이런 반응에 정치권은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검찰이 동영상녹화를 알아서 생략하는 등 수사방식에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 둘이 아니다”며 “이례적인 황제조사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미리 안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한 것 같다”며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측이 구속영장 청구를 막기 위한 노력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수사권이 특검에서 검찰로 넘어간 이래 검찰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 노력해왔다. 15일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고 즉각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21일 “검찰에 전직 대통령 예우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탄핵심판을 앞두고 헌법재판소에게 보여준 태도와는 완전히 다르다.
손 변호사는 2월27일 탄핵심판 최종변론에서 “헌재 재판관이 8인인 상태로 심판을 강행한다면 훗날 재심청구를 하게 될 것”이라며 헌재에 적대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런 태도는 여론악화를 불러왔고 ‘파면’이라는 박근혜에게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최대한 수사·심판기관에 협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탄핵재판에서 막말로 논란을 일으켰던 김평우, 서석구 변호사는 검찰수사를 앞두고 변호인단에서 제외됐다.
구속영장 청구 결정권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쥐고 있다.
김 총장은 21일 밤늦게까지 청사에 남아 수시로 박 전 대통령의 조사상황을 챙겼고 현재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주변에 “조사결과를 본 뒤 결론을 낼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는 김 총장이 이번주 안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이 검찰이나 박 전 대통령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22일 “관련 증거와 기록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