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회생하고 있다.
박 회장이 그동안 구축해 놓은 인맥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조기대선이라는 절묘한 시점에서 '호남기업'이라는 이미지도 한몫을 하고 있다.
◆ 광주지역 정재계 박삼구 지원
광주시의회가 20일 성명서를 내고 “지역 향토기업 금호타이어의 중국매각을 반대한다”며 금호타이어 채권단에게 박 회장에 컨소시엄을 허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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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광주시의회뿐 아니라 광주지역 정재계 인사와 단체들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박 회장에 힘을 실어주면서 박 회장이 구축해 놓은 인맥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광주경영자총협회가 가장 먼저 박 회장 지원에 나섰다. 광주경영자총협회에서 최상준 남화토건 회장이 회장을, 박 회장이 고문을 맡고 있다.
광주경영자총협회는 15일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하는 것을 저지할 것”이라며 “(채권단이) 중국의 사드보복이 한창인 현재 금융논리에 치우쳐 금호타이어의 매각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상공회의소도 16일 박 회장을 지원하는 입장을 내놨다. 광주상공회의소는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맞붙은 적 있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다.
광주상공회의소는 “금호타이어 매각은 경제논리보다는 국익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국가 기반산업 육성과 방산업체 보호를 위한 전략적 관점에서 풀어가야 할 것”이라며 “만일 주주협의회가 끝까지 원칙을 고집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권리를 침해한다면 147만 광주시민과 지역 경제계가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2015년 3월 박삼구 회장의 사람으로 꼽히던 박흥석 럭키산업 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추대됐다.
김 회장은 같은 해 4월에 금호산업 본입찰에서 채권단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6천억 원을 제시했고 채권단이 유찰결론을 내리면서 박삼구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앞세워 금호산업을 되찾을 수 있었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과 광산구노사민정협의회도 박 회장에 힘을 싣고 있다. 민 구청장이 광산구노사민정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 구청장은 17일 “하루가 멀다하고 전라도를 찾는 대선주자들이 호남 표를 원하면서 왜 금호타이어 매각사태에 침묵하느냐”고 지적했다.
민 구청장이 발언한 이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등 대선주자들이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을 내비추면서 금호타이어는 대선이슈로 떠올랐다.
광주 동구남구갑 지역구의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도 17일 “산업은행이 공정한 룰을 무시하고 중국컨소시엄에 금호타이어를 매각할 경우 명분 없는 호남기업 죽이기”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박 회장의 광주제일고등학교 후배이다.
◆ 조기대선 정국에서 박삼구 지지여론 확산
박 회장이 컨소시엄 구성 허용문제를 공론화한 시점이 중국의 사드보복, 야권의 경선국면 시기와 맞물리면서 효과가 극대화하고 있다.
채권단이 지난해 금호타이어 매각절차를 시작했을 때부터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못하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도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박 회장은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이후인 13일에 기자회견을 열어 컨소시엄 문제를 공론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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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중국은 3월 들어 사드배치 문제를 지적하며 한국의 유통, 관광기업을 대상으로 사드보복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중국에 적대적인 감정이 커지면서 국내 주요 타이어기업인 금호타이어를 중국기업인 더블스타가 인수하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5, 26일 호남권 ARS 투표를 시작으로 27일에 광주에서 첫 순회 현장투표를 실시해 경선국면에 돌입한다. 국민의당 역시 25일 광주, 전남 현장투표를 시작으로 경선을 시작한다. 경선을 일주일 앞두고 호남기업인 금호타이어 문제가 불거지자 야권 대선주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금호타이어를 놓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여론의 지지를 받기 시작하면서 산업은행이 큰 부담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애초 박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권 행사조건에 따라 박 회장에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박 회장에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는 데 대한 비난여론이 커지자 주주협의회에서 박 회장에 컨소시엄을 허용할 지를 논의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의결권을 감안하면 주주협의회에서 반대의사를 표명할 경우 박 회장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없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반대의사를 표명한 뒤 맞을 후폭풍을 생각하면서 박 회장에 컨소시엄을 허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박 회장에 컨소시엄을 허용하면 더블스타가 법적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더블스타와 계약을 파기하거나 이 때문에 채권단이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