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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녀와 야수' 스틸이미지. |
재탕 삼탕도 우려먹기 나름이다. 디즈니 실사판 ‘미녀와 야수’가 극장가를 점령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리메이크된 실사영화는 흥행에 참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미녀와 야수는 북미는 물론 국내에서도 흥행대박을 낼 조짐을 보인다.
17일 영화진흥위원화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개봉한 미녀와 야수가 압도적인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개봉 첫날에만 16만6천여 명이 관람했다.
스크린 수 1242개를 차지해 개봉 첫 주말 흥행기세가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녀와 야수의 개봉으로 2위와 3위로 각각 밀려나긴 했지만 ‘콩;스컬 아일랜드’와 ‘로건’이 실시간예매율 상위권에 포진했다. 두편 역시 인기시리즈물 킹콩과 울버린의 후속 리메이크작이다. 3월 비수기 극장가에서 재탕 또는 삼탕 영화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셈이다.
미녀와 야수는 설명이 필요없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원작이다. 디즈니스튜디오가 1991년 애니메이션으로 선보인 뒤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애니메이션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야수와 미녀라는 두 주인공의 매력적인 캐릭터는 물론 시계나 촛대 등 의인화한 사물 캐릭터들이 감초역할을 톡톡히 했다. 배경음악과 노래도 좋았다. 셀린 디옹과 피보 브라이슨이 부른 'Beauty And The Beast'는 지금도 노래깨나 하는 이들이 즐겨부르는 듀엣곡이기도 하다.
실사판 미녀와 야수도 줄거리나 주제의식에서 애니메이션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리 포터 시리즈로 전 세계에 팬덤을 갖고 있는 엠마 왓슨이 미녀 벨로 캐스팅돼 제작단계부터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영국배우들인 루크 에반스가 개스톤을 맡고 이완 맥그리거가 촛대 역할로 목소리 출연하는 등 흥행기대를 더욱 높였다.
실사판은 의상이나 배경에 화려함이 더해져 애니메이션에서 느낄 수 없는 풍성한 볼거리가 더해졌다. 실사영화는 자칫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CG기술력으로 이를 극복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실감나는 화면에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음악적 완성도 역시 높아졌다.
미녀와 야수가 북미 개봉 이후 좋은 평가를 받은 데 고무된 탓인지 올해 개봉을 목표로 '덤보' '알라딘' '뮬란' 등 인기 애니메이션의 실사영화 제작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사영화는 아무리 히트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라도 실패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원작의 이미지가 관객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한 캐릭터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엠마 왓슨도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벨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논란도 많았다.
그런 점에서 미녀와 야수가 실사영화로도 성공을 거둔다면 원작 자체의 힘이 크다는 뜻이다. 벨은 ‘뮬란’의 뮬란이나 ‘포카혼타스’의 포카혼타스, ‘겨울왕국’의 엘사나 안나에 이르기까지 디즈니 여성캐릭터의 원조격이다. 아름답고 똑똑하며 강한 독립적 여성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디즈니 세계관에서 진취적인 여성들이긴 한데 방점이 ‘아름다운’에 찍혀 있다는 면에서 한계를 지적받기도 했다. 디즈니의 맞수로 통하는 드림웍스가 창조해낸 슈렉의 피오나 공주와 비교되기도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미녀와 야수가 꾸준한 사랑을 받는 데는 야수 캐릭터를 내세워 줄거리와 주제의 측면에서 외모지상주의를 깨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도 있다. 물론 외모는 야수지만 그는 여전히 아름다운 여성 앞에 한없이 약하고 부드러워지며 저주받았으나 ‘성’을 소유한 부자이자 능력자다.
미녀와 야수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살짝 비튼 확장판이면서도 현대적 가치에 훨씬 더 부합한다. 벨을 통한 여성주의적 관점, 외모지상주의를 향한 일침 등 사회적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환영받을 만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