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이3월 임시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다시 처리하기로 했다.
3당은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의 상법 개정안으로 합의안을 만들었는데 여전히 찬반 양쪽에서 불만이 나온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3월 임시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됐는데 이번에 재시도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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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 |
3당이 합의한 안은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이 2월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다. 오신환 의원안은 이전에 논의되던 상법 개정안의 내용 가운데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분할신주 배정 금지,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4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야권이 추진해온 상법 개정안의 내용 가운데 이사선출시 선출하려는 이사수만큼 주당 투표권을 부여해 집중투표가 가능하도록 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빠졌다. 또 노동자 등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1명 이상 선임하도록 하는 노동자 추천 이사제 역시 제외됐다.
집중투표제와 노동자 추천 이사제는 현행 기업법 체계의 틀을 바꿔놓을 수 있어 재계가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 부분이 상법 개정안에서 빠진 만큼 다소 완화된 안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도는 포함됐다.
다중대표소송제도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일본은 2014년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명문화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100% 자회사만 상대로 모회사 주주가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소송의 남발을 막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논의할 때 다중대표소송 요건을 100% 지분을 보유한 경우로 한정하자는 반대의견이 나왔다.
이번 개정안은 야당이 이전에 요구한대로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이 50%만 되도 다중대표소송이 성립하도록 하고 있다. 모회사 주주가 소송제기를 청구한 뒤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처분해 50% 아래로 떨어뜨리더라도 마찬가지다.
인적분할 시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에 분할회사의 신주를 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오신환 의원안에 반영됐다. 인적분할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술’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당초 야권은 인적분할 전에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안이나 신주를 배정하더라도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 등 여러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지 않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다만 개정안을 공포 후 1년 뒤부터 시행하도록 해 현재 추진중인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감사위원 선임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감사위원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서 선임하는 방안이다. 감사위원 선임시 의결권은 최대 3%까지만 인정된다.
이전까지 감사 또는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만 의결권을 3%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했는데 개정안은 최대주주가 아니더라도 의결권을 3%로 제한했다. 최대주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소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전자투표제 의무화는 주주총회에 출석하지 않고도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일부 기업에서 도입하고 있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주주의 의결권 행사 권리를 보호하는 것으로 상법 개정안의 다른 조항보다 비교적 논란이 적어 2월 국회 때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4당 합의가 이뤄진 부분이다. 이번 개정안도 대통령령으로 정한 상장회사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상법 개정안을 놓고 3당이 어느 정도 타협점을 마련했지만 재계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제도 등이 다른 나라에서 입법례를 찾아보기 힘든 규정으로 투기자본의 공격으로부터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재철 코스닥협회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상법 개정안 통과는 시기상조”라고 반대했다.
야권 안에서도 합의안에 비판적인 반응도 나온다. 자사주 활용 제한에 1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것이 입법 취지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돼있어 이대로 확정되면 기업들에게 1년 내에 빨리 지주사로 전환하라는 꿀팁을 주는 것”이라며 “개혁입법을 가장한 경제민주화 후퇴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자사주에 분할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개정안이 공포 후 3개월이 지난 뒤부터 시행되도록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