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만 집중하고 충전 인프라 구축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올해 들어 전기차 판매가 크게 늘면서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가 110만 대를 넘어섰지만, 고속도로 충전기는 1800여 대에 불과해 이번 추석 연휴에도 ‘충전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경기 평택시 평택호휴게소에 설치돼 있는 전기차 충전기 모습. <평택호휴게소 홈페이지 갈무리>


23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는 20만1096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8% 증가했다.

올해 8월까지 국내 전체 자동차 판매량 84만7630대 가운데 23.7%를 전기차가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109만5218대다. 9월까진 110만 대를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추석 연휴 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충전대란이 발생했다. 충전을 위해 1시간 이상씩 기다리는 사례가 즐비했다.

지난해 추석 전후 5일 동안 고속도로 휴게소 전기차 충전량은 140만5천 킬로와트시(㎾h)로 2023년 추석보다 363.2% 증가했다. 충전 건수는 5만2600건으로 320.6% 늘었다.

문제는 고속도로 충전기 설치 확대가 전기차 판매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올해 처음 전기차로 고향에 내려가는 데 고속도로 충전 환경이 괜찮냐”는 질문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추석 기준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기 수는 1647대를 기록했다. 2023년 추석과 비교해 39.7% 증가했다. 올해 8월 기준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기 수는 1844대로 1년 전보다 200대 정도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충전기 설치 대수를 더 빠르게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충전기를 올해 말까지 2200대, 2030년까지 3500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 국내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여전히 더딘 속도다.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만 급급하고, 충전 인프라 구축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충전기 설치 목표만 높게 잡고, 실제 구축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국 전기차 충전기 수는 54만1399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48만3388대와 비교해 12%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지난 2023년 ‘전기차 충전인프라 확충 및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5년 전국 충전기 수 59만 대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목표치의 81.9%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 현대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90'. <현대차>


정부가 세운 2030년 충전기 수 목표는 123만 대다. 앞으로 4년여 동안 충전기 수를 127.2% 늘려야 달성할 수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충전기 수도 빠르게 늘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관련 예산을 오히려 축소했다.

정부는 2027년 충전기 신규 보급 목표를 4만9222대로 잡았다. 올해 목표인 7만1950대보다 31.6%를 줄였다. 이에 따라 관련 예산도 올해와 비교해 37.2%가 감액됐다.

이에 반해 내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 예산은 32.8%를 늘린 2조1403억 원으로 편성했다.

지금도 소비자 사이에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불만이 나오는데, 전기차 보급만 늘리고 충전 인프라 구축에는 소극적으로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전기차 충전기가 부족한 가운데 추석 연휴 기간 고속도로 휴게소에 또다시 충전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출발 전 전기차 배터리를 100%로 충전시킨 후 목적지별로 충전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충전 수요가 많이 몰리는 휴게소는 피하는 것이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 전기차 충전 이용이 많았던 고속도로 휴게소 5개는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창원 방향), 서울양양고속도로 내린천,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창원 방향), 경부고속도로 칠곡(서울 방향), 천안논산고속도로 익산미륵사지(천안 방향) 등의 순이다.

경상도 쪽으로 가는 전기차는 안성휴게소와 망향휴게소에 급속 충전기가 여러 대 마련돼 있다. 하지만 충전 수요도 많이 몰리는 곳이기 때문에 천안으로 진입해 천안시청이나 대형마트, 천안아산역에서 충전 후 다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전라도 쪽으로 이동하는 차량들은 평택호휴게소와 예산예당호휴게소를 추천한다. 평택호휴게소에는 익산 방향과 평택 방향 각각 충전기 20대씩을 운영하고 있다. 예산예당호휴게소는 상행, 하행 각각 충전기 14대씩을 갖추고 있다.

강원으로 이동하는 차량들은 가평휴게소와 덕평자연휴게소는 피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곳은 평소 주말에도 나들이 차량 등으로 충전 수요가 몰리는 곳이다. 대체 충전소로는 홍천휴게소를 추천한다. 홍천휴게소에는 충전기 4대가 설치돼 있다.

충청으로 이동하는 차량들은 출발 전 배터리를 100%로 충전했다면 도중에 충전이 크게 필요하지 않지만, 차량 정체 등으로 충전이 필요하면 입장거봉포도휴게소를 추천한다. 입장거봉포도휴게소에서는 충전기 3대가 운영 중이다. 다만 입장거봉포도휴게소는 명절 연휴 주유 수요가 크게 몰리는 곳이기 때문에 혼잡할 수 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