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최신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사에 1천억 원을 투자하며 건설업계 원전사업 선두 주자로 여겨지는 현대건설에 맞불을 놨다.

삼성물산은 SMR 시장에 국내 건설사 가운데서도 가장 빨리 발을 들였지만 지금껏 착공 전망에서는 현대건설에 다소 밀리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 SMR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더 많은 사업 기회를 통해 실적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오 사장의 이번 투자 결정이 향후 경쟁 구도에서 주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22일 삼성물산은 미국 카이로스파워와 업무협약을 맺고 차세대 SMR 사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삼성물산은 카이로스파워가 미국에 향후 짓는 상용 SMR의 EPC(설계·조달·시공) 우선권을 확보했다.

카이로스파워는 미국의 대표적 차세대 원자로 개발 기업으로 2016년 세워졌다. 기존 경수(물) 냉각 방식이 아니라 용융염, 즉 녹은 소금을 이용한 냉각 방식의 원자로 기술을 사용한다.

차세대 SMR 개발사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원자로 본체 건설 허가를 받았고 현재 미국 테네시주 오크리지에 ‘헤르메스’ 실증로를 짓고 있다.

오세철 사장이 SMR 시장에서 입지 확대를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SMR 협력사를 늘려왔지만 지분 투자까지 이어진 것은 2021년 뉴스케일파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삼성물산은 카이로스파워와 장기적 협력관계 구축을 위해 7천만 달러(약 953억 원)을 지분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최대 3천만 달러(약 408억 원)까지 엔지니어링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데도 합의했다.

삼성물산은 오 사장 2021년 취임 이래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GE버노바히타치, 스웨덴 칸풀넥스트 등 개발사와 손잡고 S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이들 기업 대부분 오 사장이 현지로 날아가 협력관계를 직접 맺었다. 특히 두 차례에 걸쳐 7천만 달러를 투자해 현재 뉴스케일파워 지분 3.5%를 쥐고 있다.

오세철 사장(왼쪽 두 번째)이 9월초 스웨덴 스투드스빅 신규원전사업 공동개발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물산>


이번 카이로스 파워 투자는 삼성물산이 SMR 시장 입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케일파워는 삼성물산이 지분을 처음 투자하던 2021년만 해도 전세계 70여개 SMR 모델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 인증을 받은 곳이었다.

삼성물산은 이후로도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뉴스케일파워 1호 프로젝트였던 유타주 사업은 2023년 수익성 문제로 무산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졌다.

그 사이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초 SMR 착공’ 타이틀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인 곳은 현대건설로 바뀌었다. 현대건설은 2021년 홀텍을 시작으로 테라파워, 퍼스트아메리카뉴클리어(팬코) 등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협력사를 늘려 왔다.

이 가운데 홀텍이 미국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부지에 SMR 2기를 배치하는 계획은 올해 안에 착공이 전망된다. 원전 설비 가운데 비원자력 시설을 기준으로 보면 테라파워가 앞서 6월 차세대 실증 단지의 첫 삽을 떴다. 테라파워는 원자로 냉각제로 액체 나트륨을 사용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다만 현재 SMR 시장 전반에는 초기의 낙관적 분위기보다는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SMR이 에너지 산업의 ‘게임 체인저’라는 데는 모두 입을 모으지만 러시아에서만 상업운전 실적이 있을 뿐 서구 국가에서는 아직 상용화 실적이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대표 SMR 개발사 홀텍의 기업공개(IPO)가 지연된 가운데 미국 초대형 엔지니어링 기업 벡텔이 테라파워와 결별한 사실이 알려져 상용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7일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에서 SMR 확보는 ‘성배’로 여겨져 뉴스케일파워 같은 적자 SMR 기업에도 막대한 투자자금이 몰리고 원전기업 오클로 주가는 1년 사이 3천% 폭등하기도 했다”며 “다만 주가는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고 가치는 고점 대비 절반 넘게 증발했다”고 바라봤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상반기까지 SMR 등 원전 관련주에 대한 자금 조달 분위기는 최상이었지만 이후로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기술 상용화 검증에 시간이 걸리고 낮은 경제성을 극복할 수 있는 혁신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짚었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 SMR 진출 현황.

그런 만큼 오 사장은 이번 카이로스파워와 협력 외에도 유럽에서 착공 실적을 빠르게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미국 뉴스케일 및 GE버노바히타치, 스웨덴 칸풀넥스트 등과 손잡고 루마니아와 스웨덴, 에스토니아 등 유럽 SMR 시장을 개척할 준비를 해왔다.

오 사장은 각종 협약식에 참석하며 직접 유럽 SMR 사업을 챙겼는데 현재도 유럽 다른 국가로 사업을 확대할 준비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카이로스파워는 초기 단계 기업으로 7천만 달러를 지분 투자와 같은 형태로 투자하는 것”이라며 “이번 협약을 토대로 다양한 SMR 기술선과 협력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투자 개발과 운영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