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쏘나타는 미국에서 토요타 캠리를 맹렬하게 추격했지만 그 아성을 넘지는 못했다.
새 쏘나타와 캠리의 신형 모델이 올해 6월경 미국에서 동시에 출격하며 정면으로 대결한다.
신형 캠리는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나오는 자동차인데 과연 현대차가 신차에 못지 않는 변화를 앞세워 캠리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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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쏘나타 뉴 라이즈'. |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국내에서 최근 LF쏘나타의 부분변경모델 ‘뉴 라이즈’를 선보였고 6월 미국에서도 출시한다.
토요타도 6월경 미국에서 쏘나타의 경쟁차종으로 꼽히는 10세대 캠리를 출시한다.
캠리는 미국 중형세단시장에서 부동의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캠리의 미국판매량은 39만 대로 쏘나타 미국판매량 20만 대의 2배 수준이었다.
미국에서 쏘나타와 캠리의 판매격차는 쉽사리 좁혀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래도 쏘나타가 캠리를 따라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두 차량은 현대차와 토요타의 경쟁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던 차량이기 때문이다.
쏘나타는 한때 미국에서 캠리의 입지를 흔들었다.
YF쏘나타가 2010년 2월 미국에 출시됐을 때 현지 언론의 호평이 이어졌는데 특히 워싱턴포스트는 “쏘나타가 일본의 자존심이자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가진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를 눌렀다”고 평가했다.
2010년 캠리의 미국 판매량은 31만 대로 쏘나타 미국판매량 20만 대를 앞섰지만 두 차량의 판매격차는 지금보다 작았다. 당시 캠리 판매량은 전년보다 6.2% 줄어든 반면 쏘나타 판매량은 64% 늘어났다.
쏘나타의 미국 판매량은 2011년에도 23만 대로 전년도보다 15% 증가했다. 현대차가 2011년에 미국에서 역대 최대 점유율 5.1%를 달성하는 데 쏘나타가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그러나 쏘나타의 활약은 오래가지 못했다.
토요타가 당시에 급발진 리콜 사태를 빚으면서 현대차는 쏘나타 판매에서 반사이익을 크게 봤다. 토요타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2010년부터 캠리 등 주요 차량을 60개월 무이자할부로 판매했다. 2011년에는 100% 현지생산을 통해 가격을 확 낮춘 7세대 캠리를 선보였고 미국에서 판매량을 회복해나갔다.
현대차는 오늘날까지 미국에서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차와 경쟁관계에 놓이면서 인센티브를 확대하며 가격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 미국에서 차량 한 대당 2582달러를 지급하면서 인센티브가 전년 4분기보다 30% 늘었다. 현대차의 인센티브 증가율은 시장평균 증가율인 23%보다 높았다.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완성차회사들이 엔화 약세에 힘입어 인센티브를 늘리고 있어 경쟁상대인 현대차도 가격경쟁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엔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토요타 등 일본 완성차회사가 가격경쟁력뿐만 아니라 제품경쟁력을 키우며 현대차를 따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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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타 신형 '캠리'. |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중은 토요타는 3.5%, 현대기아차는 2.5%로 차이를 보였다. 토요타의 2015년 연구개발비는 11조3700억 원으로 현대기아차 3조7천억 원의 3배에 이른다.
박홍재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부사장은 지난해 2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열린 ‘2017년 산업전망 세미나’에서 “2012년 10월부터 시작된 엔저 현상이 3년 정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면서 “엔저가 길어지면 그 영향이 단순히 판촉경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제품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토요타는 엔화 약세로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고 연구개발에 투자를 늘리면서 제품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신형 캠리는 이런 엔화 약세의 효과를 발휘할 첫번째 차량으로 꼽힌다.
박 부사장은 “토요타가 2017년부터 출시하는 차량들은 본격적인 엔저 혜택을 본 제품”이라며 “신형 캠리가 나오는데 상당히 경계가 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새 쏘나타의 디자인을 크게 변경하고 터보모델 전용디자인을 선보이면서 LF쏘나타와 차별화했다. 또 새 쏘나타의 2.0터보 모델에 8단 자동변속기를 새로이 적용해 파워트레인에도 변화를 줬다. 새 쏘나타는 부분변경모델이지만 신차 수준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매체 오투모바일은 “현대차가 새 쏘나타를 출시하면서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와 겨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쏘나타가 언더독(약자)일지 몰라도 경쟁차를 따라잡을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