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백화점 3사의 VIP 고객 혜택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백화점들이 VIP 등급을 신설하거나 선정 기준을 높이고 있지만 전용 행사와 라운지, 발레파킹 등 고객이 실제로 체감하는 혜택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2026년 VIP 상위 등급을 새로 만들거나 선정 기준을 강화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기존 등급 체계는 유지했으나 라운지 이용 기준을 조정했다.
백화점 VIP 제도 전반을 보다 촘촘하게 재편하는 분위기로 여겨진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기존 최고 등급인 ‘쟈스민 블랙’보다 높은 ‘쟈스민 시그니처’를 신설했다. 쟈스민 블랙 고객 가운데 일부에게만 부여되는 최상위 등급이다. 구매 금액과 내점 일수, 과거 VIP 선정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하며 대상자에게 개별 안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도 올해 VIP 제도인 ‘에비뉴엘’에 ‘사파이어’ 등급을 새로 만들었다.
에비뉴엘 사파이어는 연간 8천만 원 이상 1억2천만 원 미만을 소비한 고객에게 부여된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VIP 등급을 블랙, 에메랄드, 사파이어, 퍼플, 오렌지 등 6단계로 세분화하는 과정에서 사파이어 등급을 추가했다.
‘에비뉴엘 에메랄드’ 기준도 기존 연간 1억 원 소비에서 1억2천만 원 소비로 높아졌다.
백화점들이 VIP 고객을 더 세분화해 관리하려는 흐름은 고액 소비층의 중요성이 커진 시장 환경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객단가가 높은 충성 고객을 붙잡는 것이 백화점 실적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고객들은 각 백화점의 VIP 제도 운영에 크게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받고 있지만 동시에 기존 혜택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백화점 VIP 고객들의 가장 큰 불만 가운데 하나로 롯데백화점의 프라이빗 쇼핑 행사 ‘P데이’ 축소가 꼽힌다.
P데이는 백화점 휴무일에 VIP 고객만 초청해 쇼핑할 수 있도록 한 행사다. 일반 고객이 없는 공간에서 여유롭게 쇼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롯데백화점 VIP 고객들이 가장 차별화된 혜택으로 꼽아 온 프로그램이다.
롯데백화점은 기존 5월과 11월 두 차례 P데이를 운영했다. 그러나 2024년부터 5월 P데이만 운영하고 11월 P데이는 약 1주일 동안 쇼핑 혜택을 제공하는 쇼핑위크로 대체했다. 올해부터는 5월 P데이까지 열지 않으면서 VIP 고객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롯데백화점은 대신 올해 5월19일부터 25일까지 잠실점과 본점, 부산본점, 인천점, 동탄점, 타임빌라스 수원에서 ‘에비뉴엘 쇼핑위크’를 진행하고 있다.
행사 기간 일부 상품군 구매 고객에게 상품권을 제공하고 카드 무이자 할부 혜택도 마련했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는 상품권 사은 행사에서 빠졌다. 2025년 P데이 때 일부 명품 브랜드에서 비공개 사은 행사가 있었던 점과 비교하면 혜택이 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VIP 고객들이 누리던 ‘전용 쇼핑’의 상징성이 사라졌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P데이는 일반 고객 없이 쇼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대우로 받아들여졌지만 쇼핑위크로 대체되면서 이런 희소성이 줄었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P데이는 하루 동안 백화점 점포를 방문해야 하는 행사인 만큼 기간을 늘린 쇼핑위크로 전환해 고객 선택지를 넓히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올해 P데이를 별도로 진행할 계획은 없지만 더 긴 기간 다양한 쇼핑 혜택을 제공하는 쇼핑위크를 통해 고객 편의를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VIP 고객 사이에서는 상위 등급의 차별성이 약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온라인 명품 커뮤니티에서 에비뉴엘 에메랄드 등급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한 고객은 “P데이가 사라지고 사파이어 등급이 신설된 뒤 에메랄드 라운지 메뉴가 기존보다 덜 차별적으로 느껴진다”며 “라운지 메뉴에서 아래 등급의 메뉴가 포함되는 등 상위 등급만의 혜택이 줄어든 것 같다”고 주장했다.
▲ 백화점 VIP 고객들이 라운지 등 차별화된 VIP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신세계 강남점 라운지 어퍼하우스.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VIP 고객들의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부터 신세계백화점 라운지는 착석 이용 때 음료와 다과는 실제 입장 인원 수에 맞춰 제공된다. 이전에는 입장 인원보다 더 많은 수량을 주문할 수 있었다. 테이크아웃도 등급별 주문 가능 수에 맞춰 이용하도록 조정됐다.
특히 라운지 운영 기준 변경을 알린 시점을 두고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2월 VIP 산정 실적이 모두 마감된 뒤 올해 1월부터 라운지 혜택 축소 내용을 공지했다. 고객들이 기존 혜택을 전제로 실적을 쌓았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사후 변경이라는 비판이 잇따른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2024년에도 VIP 혜택 개편을 둘러싼 불만이 나온 바 있다. '스페셜 마일리지'를 지류 상품권에서 모바일 방식의 '리워드'로 바꿨기 때문이다.
스페셜 마일리지는 VIP 고객에게 다음 해 구매금액의 일부를 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기존에는 상품권으로 지급됐지만 현재는 신세계백화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 형태의 '리워드'로 제공된다. 리워드는 현금화가 어려워 상품권보다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발레파킹 라운지에 차량이 몰려 방문할 때마다 셀프출차를 진행했다는 경험담도 전해진다. 골드와 플래티넘 라운지도 이용 고객이 많아 기다리거나 줄을 선 뒤 음료를 테이크아웃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관계자는 “라운지 이용이나 리워드의 경우 모두 이용 편의를 높여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라며 “지류상품권을 수령할 때 이동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라운지 음료 주문 제한도 자리가 없어 테이크아웃 하는 고객들이 많아 이를 조정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올해 VIP 선정 기준을 더 까다롭게 조정했다.
현대백화점은 2026년 구매 실적을 바탕으로 2027년 VIP를 선정한다. 이때 타사 카드와 상품권으로 결제한 금액은 적립 실적에 50%만 반영된다. 같은 금액을 써도 결제 방식에 따라 VIP 인정 실적이 줄어드는 구조다.
현대백화점은 2025년에도 일부 VIP 등급 혜택을 축소했다. 전년도 구매 금액이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미만인 ‘그린1’ 고객에게 월 60잔 제공하던 커피 혜택을 월 20잔으로 줄였다. 제공량 기준으로 66%가 축소된 셈이다.
백화점업계의 VIP 제도 재편은 초우량 고객을 선별해 관리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선정 기준 강화와 혜택 축소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충성 고객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프리미엄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해외 제휴 백화점에서 라운지 이용, 할인, 퍼스널 쇼퍼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앞으로도 VIP 서비스 제휴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