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농협ᐧ수협ᐧ신협ᐧ산림조합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이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의 한 축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호금융권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 강화로 영업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포용금융 정책에 힘입어 가계대출을 일부 늘릴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포용금융 한 축 맡는 상호금융권, 대출 확대 가능해도 건전성 우려에 '신중모드'

▲ 금융위원회가 이달 중 포용금융추진단(가칭)을 출범시킬 계획을 세워뒀다. 


다만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건전성 악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크게 올랐던 연체율이 이제 잡히기 시작했는데 중저신용자 비중이 높아지면 다시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호금융권은 전반적으로 지금의 신중 모드를 유지하며 향후 확정될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대출 총량과 중저신용자 비중을 조절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내 포용금융추진단(가칭)을 출범하고 금융의 공적 역할 강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을 세웠다. 

현재 금융소비자국을 중심으로 분과 구성과 안건 조율 등 구체적 실무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대통령실이 금융의 공공성 강화 필요성을 연이어 강조하면서 금융당국의 관련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달 초 페이스북을 통해 현행 금융 시스템이 중·저신용자를 구조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특히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상호금융을 포함한 서민금융기관 등 3곳을 콕 짚어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용금융추진단이 꾸려지면 서민금융기관 가운데서는 상호금융권의 대출 구조를 집중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이 PF 등 부동산 관련 대출에 치우치면서 서민금융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이 약화됐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의 전체 여신 가운데 부동산과 건설업 관련 여신 비중은 2015년 4.9%에서 2025년 23.7%까지 10년 새 5배 가까이 늘었다. 

포용금융에 힘이 실리면서 금융위원회가 최근 꾸린 ‘상호금융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활동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호금융 제도개선 TF는 우선적으로 지방(비수도권)·서민(중저신용자)·사회연대경제조직 등에 대한 자금 공급을 중점으로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 정체성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TF 논의에서는 지역·서민 대상 대출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호금융권 안팎에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비조합원 대출 비율과 예대율 등 규제 비율 산정 과정에서 지역·서민 대상 대출에 가중치를 부여하거나 포용금융을 적극 취급한 조합에 추가 규제 완화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상호금융권 한 관계자는 “상호금융 건전성 악화에는 부동산 PF 대출 부실 영향이 컸다”며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향 가운데 하나로 포용금융 확대를 보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상호금융권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 강화로 올해 대출 확대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 놓였는데 포용금융 확대 과정에서 가계대출 확대에 일정부분이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당장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대출 포트폴리오 하단을 보다 안정적으로 다지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포용금융 한 축 맡는 상호금융권, 대출 확대 가능해도 건전성 우려에 '신중모드'

▲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이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의 한 축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다만 포용금융 확대 정책이 상호금융권 영업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건전성 부담만 안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에는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온 측면이 있다”며 “포용금융이 대출 확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구체적 정책이 나와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상호금융권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영업 부담이 큰 상황에 놓인 것으로 평가된다.

PF 대출 부실 여파로 건전성 회복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관리를 한층 강화하면서 건전성과 수익성 부담이 동시에 커졌기 때문이다.

상호금융권 연체율은 다소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평가된다.

신협의 연체율은 2025년 상반기 8.36%에서 연말 4.83%로 하락했고 수협 역시 같은 기간 7.82%에서 5.72%로 낮아졌다. 농협 또한 4.70%에서 4.44%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들은 2022년만 해도 1~2%대 연체율을 보였다.

실적 역시 예년 대비 크게 위축됐다. 부동산 PF 부실 정리 과정에서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영향이다.

농협의 순이익은 2022년 2조2959억 원에서 2025년 1조2611억 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2022년 각각 5706억 원, 1693억 원의 흑자를 냈던 신협과 수협은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적자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체율이 높은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추구해야 하는 만큼 포용금융 강화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단순히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는 것보다 우량 중금리대출 취급과 건전성 관리가 함께 이뤄질 수 있는 방향이 중요하다”며 “건전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포용금융 실적이 우수한 조합에는 우량 연계 대출 지원이나 정책 지원 등을 확대하는 방식도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