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개선 가능성을 바탕으로 내년도 예산에서도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한국은행(한은)은 최근 물가 상승을 이유로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어 정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흐름이 엇갈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1일 정부 움직임을 종합하면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개선 가능성을 바탕으로 내년도 예산안 작성에도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반도체 중심의 구조 변화가 실제로 진행 중이라면 재정 역시 과거 평균값에 묶인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고 넓은 시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2027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면, 2026년과 2027년의 세수는 역사적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 예산과 이란 전쟁 여파에 따른 ‘전쟁 추경’에 이어 내년도 예산에서도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김 실장은 “올해 하반기에 나올 2026년 수정 경제전망이 첫 번째 분기점”이라며 “그 전망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가느냐에 따라 2027년 세입 추계와 예산 총량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이 성장률과 세수 전망을 끌어올릴 경우 내년도 예산 총량 확대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정부의 확장재정은 가뜩이나 어려운 물가 안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은행은 최근 물가와 환율 부담을 이유로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3일(현지시각)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및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방문 중에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며 “물가는 부정적 측면이 더 강했고, 성장은 그만큼은 아니라는 게 현재까지(분석)”고 말했다.
실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로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고환율 부담도 이어지면서 한은의 물가 경계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내년도 대규모 확장예산을 편성한다면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 부담은 커질 수 있다. 확장재정은 경기와 민생을 떠받치는 효과가 있지만, 지출 성격에 따라 수요를 자극해 물가 안정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한다면 정부의 확장재정 효과는 고금리 탓에 효과가 상쇄될 수도 있다. 재정은 경기를 떠받치고 통화정책은 물가를 누르는 방향으로 엇갈리는 셈이다.
이에 정부가 확장재정을 펼치더라도 물가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금성 지원이나 소비 진작성 지출은 단기 수요를 직접 자극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확장재정 기조가 일시 대응을 넘어 내년 이후 예산의 기본 방향으로 굳어질 경우 중장기 재정건전성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는 경기순환적 성격이 강하지만, 한번 늘어난 재정지출은 수혜 계층과 사업 구조가 형성돼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해 10월 ‘국가재정운용계획 주요 이슈 분석’에서 “복지 및 교육 분야 재정 지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두 분야를 합한 지출 규모는 국가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 분야는 조정이 어려운 의무지출 등의 비중이 높아 중장기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면밀한 점검이 요구된다”고 짚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이 단기적으로는 재정 대응 여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를 국가채무 관리보다 지출 확대의 재원으로 활용할 경우 IMF가 지적한 중장기 재정건전성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MF는 4월 재정점검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2026년 54.4%에서 2027년 56.6%, 2031년 63.1%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과 벨기에를 부채 비율의 “상당한 증가”가 예상되는 국가로도 분류했다.
다만 한국의 부채비율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편이다. IMF의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기준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한국이 54.4%로, 세계 평균(95.3%)와 캐나다·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일본·영국·미국 등 선진국 평균(108.2%)의 절반 가량이다. IMF가 한국에 경고한 대목은 당장의 절대적 부채 수준보다는 중장기 증가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권석천 기자
다만 한국은행(한은)은 최근 물가 상승을 이유로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어 정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흐름이 엇갈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지난 3월 우리나라가 국제 교역에서 54조 원이 넘는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경상수지는 373억3천만 달러(약 54조4천억 원) 흑자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 종전 최대인 지난 2월의 231억9천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고,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35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사진은 8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11일 정부 움직임을 종합하면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개선 가능성을 바탕으로 내년도 예산안 작성에도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반도체 중심의 구조 변화가 실제로 진행 중이라면 재정 역시 과거 평균값에 묶인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고 넓은 시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2027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면, 2026년과 2027년의 세수는 역사적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올해 역대 최대 규모 예산과 이란 전쟁 여파에 따른 ‘전쟁 추경’에 이어 내년도 예산에서도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김 실장은 “올해 하반기에 나올 2026년 수정 경제전망이 첫 번째 분기점”이라며 “그 전망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가느냐에 따라 2027년 세입 추계와 예산 총량의 방향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반도체 호황이 성장률과 세수 전망을 끌어올릴 경우 내년도 예산 총량 확대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정부의 확장재정은 가뜩이나 어려운 물가 안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한국은행은 최근 물가와 환율 부담을 이유로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3일(현지시각)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및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방문 중에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며 “물가는 부정적 측면이 더 강했고, 성장은 그만큼은 아니라는 게 현재까지(분석)”고 말했다.
실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로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고환율 부담도 이어지면서 한은의 물가 경계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내년도 대규모 확장예산을 편성한다면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 부담은 커질 수 있다. 확장재정은 경기와 민생을 떠받치는 효과가 있지만, 지출 성격에 따라 수요를 자극해 물가 안정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한다면 정부의 확장재정 효과는 고금리 탓에 효과가 상쇄될 수도 있다. 재정은 경기를 떠받치고 통화정책은 물가를 누르는 방향으로 엇갈리는 셈이다.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오른쪽)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4월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정부가 확장재정을 펼치더라도 물가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금성 지원이나 소비 진작성 지출은 단기 수요를 직접 자극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확장재정 기조가 일시 대응을 넘어 내년 이후 예산의 기본 방향으로 굳어질 경우 중장기 재정건전성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는 경기순환적 성격이 강하지만, 한번 늘어난 재정지출은 수혜 계층과 사업 구조가 형성돼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해 10월 ‘국가재정운용계획 주요 이슈 분석’에서 “복지 및 교육 분야 재정 지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두 분야를 합한 지출 규모는 국가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 분야는 조정이 어려운 의무지출 등의 비중이 높아 중장기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면밀한 점검이 요구된다”고 짚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이 단기적으로는 재정 대응 여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를 국가채무 관리보다 지출 확대의 재원으로 활용할 경우 IMF가 지적한 중장기 재정건전성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MF는 4월 재정점검 보고서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2026년 54.4%에서 2027년 56.6%, 2031년 63.1%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과 벨기에를 부채 비율의 “상당한 증가”가 예상되는 국가로도 분류했다.
다만 한국의 부채비율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편이다. IMF의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기준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한국이 54.4%로, 세계 평균(95.3%)와 캐나다·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일본·영국·미국 등 선진국 평균(108.2%)의 절반 가량이다. IMF가 한국에 경고한 대목은 당장의 절대적 부채 수준보다는 중장기 증가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권석천 기자